- 일부 언론 發 '단독보도'에 신세계-와이번스 '화들짝'
- 지역주민들 "박 시장 지역구 챙기려다 야구단 놓치나" 우려
- 인천시-신세계, 2012년 인천터미널 부지와 관련해 '악연' 재조명

만원 관중의 인천SK행복드림구장(사진=SK와이번스)
만원 관중의 인천SK행복드림구장(사진=SK와이번스)

난데없는 '화성 연고 이전설'로 인해 인천시민들과 야구팬들이 놀란 가슴을 씻어냈다. 하지만 소문으로만 그친 이전설이 '현실'이 될까 인천시민들이 두려워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 이마트가 야구단을 화성시로 이전한다는 기사를 22일 발행했다.

기사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일찍부터 화성 송산그린시티 국제테마파크 부지에 계획중인 '스타포트'를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정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만큼 야구팀 연고지를 인천에서 화성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가 나오자마자 SK 와이번스와 신세계이마트 측에서는 즉각 반박보도를 냈다. 이마트 측에서는 해당 언론사에 직접적으로 반박보도를 요청하면서 "야구단 이전은 사실무근이며, 화성국제테마파크에는 20년이 지나더라도 절대 야구장은 들어서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SK 와이번스 측에서도 여러 매체를 통해 해명보도를 내며 "정용진 부회장이 그동안 가져왔던 복합테마파크 조성이 야구단의 인수로 완성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내용은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인천 청라면 청라였지 화성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신세계와 SK텔레콤 간에 맺은 SK 와이번스 인수 MOU에서는 '인천 연고 유지'와 '인천 야구 헤리티지 계승'을 명시한 만큼, 양 측은 연고지 이전 설에 선을 긋는 반응을 보였다.

인천야구를 대표하던 SK 와이번스가 과거 현대 유니콘스가 인천 연고를 버리고 '야반도주'를 했던 행보를 또 다시 밟지 않을지 우려했던 야구팬들과 인천 시민들은 즉각적인 해명보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해프닝에 그쳤던 '이전설'이 '설마'에서 '현실'이 되지 않을지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야구단 인수 이후 신세계에서 장기적으로 돔을 포함한 다목적 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등 인프라 확대에도 적극 나설 계획을 밝힌 이후 인천시에서 미적지근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야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이 '인천시 고위 관계자'의 말임을 빌려 글을 작성하자 인천시에서 "자체조사 결과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역 언론을 통해 해명한 바 있다.

당시 해당 글 작성자는 "스타필드 청라 부지에 돔구장을 지을 시 인천시에서 문학경기장 활용방안을 신세계 측에서 마련하라"면서 "구도심이 죽고 신도심만 발전하는 방향에 난색을 표하던 박남춘 시장은 구장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작성하였다.

인천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되었던 해당 글에 '사실무근'임을 밝혔으나, 이후 다수의 언론을 통해 "돔구장 건설 시 문학경기장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신세계 측의 행보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신세계백화점 점포 중 '매출 4위'에 빛났으나, 터미널 부지 매각으로 인해 쇼핑업계 라이벌 롯데 측에 점포를 넘겨야 했던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카카오맵 로드뷰 갈무리)
신세계백화점 점포 중 '매출 4위'에 빛났으나, 터미널 부지 매각으로 인해 쇼핑업계 라이벌 롯데 측에 점포를 넘겨야 했던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카카오맵 로드뷰 갈무리)

인천시와 신세계는 이미 지난 2012년 관교동 인천종합터미널 부지와 관련하여 크게 부딪친 바 있다. 당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던 인천시는 시유지를 매각하여 자금을 확보하려 했을 때 인천종합터미널 부지를 임차하여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던 신세계 측에 감정가 이상의 금액으로 매각을 제안했으나 매수를 포기했다.

그러자 인천시는 감정가 이하의 금액으로 롯데쇼핑에 터미널 부지를 매각했고, 신세계 측은 인천시에 소송을 제기해 인천시와 롯데쇼핑이 맺은 협약이 불공정 거래였음을 확인했으나 매각 자체를 미루지 못한 채 전국 4번째 우량매장이었던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을 2018년을 끝으로 롯데에 넘기게 되었다.

신세계 측은 청라국제도시에 건설중인 스타필드 청라를 통해 인천시에 의해 어이없게 빼앗겼던 인천 상권의 패권을 다시 되찾아오려는 가운데, 금번 야구단 인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크게 일으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구월보금자리 지역(구월동 1549)에 스타필드시티를 건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야구장이 들어와 있는 문학경기장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문학경기장 지척에 과거 자신들의 점포였던 롯데백화점 인천점이 들어서 있는데다, 롯데에서 사들인 옛 농산물시장 부지에 '롯데타운'을 건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빼앗긴 구월동 상권'을 되찾기 위해 문학경기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죽 쒀서 남 주는 격"이 될 수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신세계 입장에서는 '새로운 판'을 짜기 쉬운 스타필드 청라에 신규 돔구장을 설치하고, 실내 테마파크와 대규모 종합매장, 레저 등을 결합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는 법적, 행정적 문제가 얽혀 있어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인천시가 문학경기장 인근 지역을 우려해 신세계 이마트의 '청라돔' 구상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다.

이번 '이전설'을 접한 한 시민은 "인천시는 이미 인천터미널 부지 매각과 관련하여 신세계에 '큰 빚'을 지고 있다"면서 "시는 박남춘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인 남동구 표심을 챙기려다 '이전설'이 '이전 확정'이 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문학경기장 배후상권이라고 볼 수 있는 구월동 일대는 박남춘 인천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인 '남동갑'에 속해 있다. 이미 소각장 문제 등으로 등져버린 청라 민심보다 과거 지역구를 챙기는 것이 이득이 되지 않겠냐는 해석에서 '지역구 챙기기'라는 주장도 나오는 것이다.

또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이 재선에 실패할 경우, 결국에는 다시 남동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야 할 것을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결국 국내 최대의 쇼핑타운인 '스타필드 청라'와 돔구장을 결합하여 세계적인 명소를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구현한다는 신세계 이마트의 '황금빛 청사진'을 인천시가 깡그리 놓쳐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 신세계와 SK텔레콤 측은 야구단의 양도·양수 본계약을 23일 체결하면서 20년 역사의 'SK 와이번스'의 이름을 뒤로 하고 새로운 이름으로의 출발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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