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식은 '장소'가 아니라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이 세상에 없던 야구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안고 인천야구에 '상륙'한 SSG 랜더스 창단식이 지난달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되었다(SSG 랜더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 세상에 없던 야구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안고 인천야구에 '상륙'한 SSG 랜더스 창단식이 지난달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되었다(SSG 랜더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No Limits, Amazing Landers"

SK 와이번스를 인수하면서 '세상에 없는 야구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던 SSG 랜더스가 지난달 30일 마침내 창단식을 갖고 팬들에게 공식적으로 인사를 했다.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창단식에서는 '애견인' 정용진 부회장의 의도가 담겨있을지도 모르는 '카네 코르소' 종을 모티브로 한 마스코트 '랜디'와 함께 강렬한 레드 컬러를 담은 유니폼을 선보였고, 인천야구의 정통을 잇기 위해 SK 시절부터 유지해 온 인천군 얼터 유니폼 역시 유지했다.

공식적으로 SSG 랜더스의 구단주로 모습을 드러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팬'과 '고객'의 중요성을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인 장소에서 항상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특히 "야구 팬들의 8~10시간을 빼앗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내며 야구와 쇼핑을 접목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소통을 즐길 줄 알고,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 부회장의 특성 상 '구도인천'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6번의 모기업 변경을 겪은 상처를 가진 인천 야구 팬들의 진심을 모를 리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 부회장이 꺼내들었던 '스타필드와의 연계'는 인천야구를 단순히 인천 안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팬의 저변을 넓혀 그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본다.

 

랜더스 창단식에 참석했던 조택상 균형발전정무부시장과 신은호 인천광역시의회 의장 등 인천시 대표 내빈은 창단 기념사에서 인천에서 창단식을 진행하지 못한 것에 유감을 표했다(사진=인천시)
랜더스 창단식에 참석했던 조택상 균형발전정무부시장과 신은호 인천광역시의회 의장 등 인천시 대표 내빈은 창단 기념사에서 인천에서 창단식을 진행하지 못한 것에 유감을 표했다(사진=인천시)

인천이 아닌 곳에서 개최된 창단식

그런데 이날 개최된 창단식의 장소는 문학야구장도, 송도컨벤시아도 아닌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신세계그룹 소유의 웨스틴조선호텔이었다. 이 때문인지 인천시를 대표하여 참석했던 내빈들은 기념사에서 인천이 아닌 서울에서 창단식을 진행한 것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잔칫집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조택상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은 "인천 시민 여러분들을 이 자리에서 만났어야 했다"고 발언했고, 앞서 축사를 전한 신은호 인천광역시의회 의장 역시 "창단식이 인천이 아닌 서울에서 열리게 되어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직접적으로 의견을 표시했다. 그래도 단순히 유감을 표하는 정도로 그쳤다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만한 사안이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1일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서울에서 창단식을 가진 구단에 대해 "신세계는 왜 지역연고를 하는 것인가? 인천팬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서울로 가라"면서 강경한 반응을 보였고, 2일에는 인천광역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성명을 내고 "창단식을 서울에서 개최한 것은 인천시민의 지역 연고 프로야구단에 대한 애정을 전혀 존중하지 않은 처사"라며 정용진 구단주에 사과를 촉구하기까지 했다.

물론 인천 시민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정치계나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SK와이번스를 잃어 상심이 큰 인천 시민들이 신세계를 따뜻하게 맞아줘서 감사하다"고 발언했던 정 부회장이 정작 창단식을 서울에서 개최한 것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 유니콘스의 야반도주'로 상처받은 인천 시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면서 새로운 인천야구의 상징이 되었던 SK 와이번스 역시 당시 서울에 위치한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창단식을 가졌던 것과 비교했을 때 왜 지금에 와서 이러한 입장을 보여주는지에 대해서는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작년에 개최된 '2020 KBO리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극복하고 무관중경기로 개최되었다. (사진=SSG랜더스)
작년에 개최된 '2020 KBO리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극복하고 무관중경기로 개최되었다. (사진=SSG랜더스)

창단식, '장소'가 아닌 '그 자체'에 의미를 둬야

사실 SSG 랜더스, 즉 법인명 '신세계야구단'에게는 인수 발표부터 창단까지 두 달 남짓의 촉박한 시간이 주어졌다. 인수 발표 직후 인수단을 통해 인수 과정을 논의해야 했고, '인천야구'를 잇겠다는 의미가 담긴 새로운 팀명 작명과 그에 따른 CI 교체 작업도 동시에 들어가야 했다.

여기에 선수단은 선수단 대로 신세계의 인수 이전부터 계획되었던 전지훈련 스케줄대로 훈련을 진행해야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개막이 연기되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평소의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했기에 몸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시간도 주어지지 못했다. 여기에 전년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추신수 선수를 영입하면서 SSG 랜더스의 새 식구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간도 필요했다.

시범경기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30일에 개최된 창단식의 장소로 인천이 아닌 서울 소공동이 선택된 것 역시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KBO에서 정한 스케줄에 따라 잠실에서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를 가진 선수단의 일정이 고려된 것도 있다.

실제로 SSG는 이날 KBO 및 상대팀이었던 LG 측의 양해를 구해 당초 오후 1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경기일정을 창단식을 이유로 한 시간 앞당겨 오후 12시에 진행을 했다. 창단식이 오후 6시 30분에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선수단에게는 시범경기가 끝나고 겨우 2시간 남짓 되는 준비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이렇게 SSG 랜더스의 이름으로 창단 준비 과정이 매우 촉박하게 진행됐던 것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인천시에서 창단식을 개최해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감을 표시한 것도 모자라 '사과'까지 요구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처사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야구 팬들에게 공식적으로 '첫 인사'를 올리는 자리인 창단식은 새로운 팀의 새 출발을 알리는 자리로써, 인천을 넘어 기존 SK 와이번스 팬을 포함한 야구팬들에게 새로운 식구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인사를 하는 자리이다. 마치 남녀 한 쌍이 결혼하기 이전 양가 부모에 공식적으로 예비부부로써 인정을 받는 '상견례'와 같은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인천시 및 시민단체의 SSG 랜더스를 향한 비난은 경건하고 엄숙하게 진행되어야 할 상견례의 자리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왜 가까운 동네에서 상견례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SSG 랜더스는 공식 소개영상에서 세상에 없던 야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SSG 랜더스가 인천야구의 상징으로써 인천의 식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여느 때보다도 인천시의 협조가 필수적이다(SSG 랜더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SSG 랜더스는 공식 소개영상에서 세상에 없던 야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SSG 랜더스가 인천야구의 상징으로써 인천의 식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여느 때보다도 인천시의 협조가 필수적이다(SSG 랜더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인천시, 랜더스의 '인천야구 연착륙 도우미'가 되어야

SSG 랜더스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팬들과의 소통을 통해 야구장과 스타필드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펼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청라국제도시에 조성중인 스타필드 청라의 사업 확장 가능성을 염두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전에도 SSG 랜더스는 공식적으로 향후에 돔구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는만큼 스타필드 청라에 돔구장을 결합시켜 인천 이외 지역에서 야구 경기를 보러 오는 외부 유입인구를 스타필드 청라 및 '(가칭)스타돔 청라'에서 오래 머무르게 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상을 하고 있다.

특히 등록인구의 평균 연령대가 낮은 청라국제도시의 경우 UAM/PAV 실증사업 및 4차산업을 선도하는 '젊은 생각'을 가진 도시의 이미지가 강한 만큼, 폭넓은 시각을 갖고 끊임없는 고객과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줄 아는 신세계그룹과의 시너지가 클것으로 청라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인천시는 돔구장 추진 소식에 원도심 공동화가 우려된다며 SSG 구단 측에 문학경기장 활용방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하고 있어 야구 팬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비록 2023년까지 SSG 랜더스 구단 측에서 기존 야구장(인천SSG랜더스필드)을 포함한 문학경기장 부지 운영권(박태환수영장 제외)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엄연히 인천시 소유의 부지인만큼 '세입자' 신분인 구단에 방안을 내놓으라고 강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인천시는 랜더스 구단의 돔구장 건설 구상에 대해 단순히 신도시 대 원도심의 이분법적 시각으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보여진 인천시 관계자의 발언이나 인천시의회 성명서, 시민단체의 입장문 발표는 마치 이러한 시각의 연장선상에서 야구단을 바라보는 것으로 보여진다. 

제대로 인천야구판에 뿌리를 내려 안정적으로 지역 팬들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SSG 랜더스에 대해 인천시가 지속적으로 '사과'와 '요구'를 강행하려 한다면 지역 팬들을 중요시 여기는 구단 및 모기업의 의지가 꺾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든다. 한때의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인천시에서 오로지 '균형발전'만을 내세운다면 화성 연고 이전 '해프닝'이 '해프닝'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SSG 랜더스 구단과 구단주 정용진 부회장은 이미 여러 차례 인천야구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보여주면서 인천시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었고, '더 오래 자리매김하기 위해' 구단이 내놓은 돔구장 건설 계획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제 인천시가 응답할 차례이다. 인천시는 이미 지역 주민에게 오래도록 사랑을 받으며 '구도심' 구월동 상권을 일으켰던 신세계백화점을 배신한 전력이 있다. 또 다시 신세계그룹이 인천시로부터 상처를 받으며 인천야구를 버리는 선택을 하지 않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인천시는 SSG 구단 측의 부름에 더 이상 구도심과 신도심 간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긴 호흡과 긴 안목을 가지고 인천 전체를 두고 판단해야 한다. 더 넓은 시각으로 SSG 랜더스와 신세계그룹, 그리고 인천 바깥에서도 인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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