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원시작 5일만에 공감수 2000건 육박..."저 상황이 왜 비난받아야 하는지 납득 안 돼"
- "야구단을 더 이상 '홍보수단'이 아닌 '하나의 기업체'로 바라보아야"

'인천은소통e가득' SSG 랜더스 청원(인천시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인천은소통e가득' SSG 랜더스 청원(인천시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지난달 30일에 개최된 SSG 랜더스의 '서울 창단식'에 대해 인천시와 인천시의회, 인천 지역 시민단체에서 성명을 들고 "인천시민에게 사과하라"고 나서게 되자 SSG 구단에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자 인천야구 팬들이 오히려 구단을 보호하면서 인천시와 시민단체에 대해 항의에 나섰다.

지난 4일 시민 김 모씨가 'SSG 랜더스 야구단을 향한 비난에 인천 시민들의 목소리라고 매도하지 말아주십시오!'라는 이름으로 올린 청원은 등록 5일만에 2000건에 육박하는 공감 수를 기록했다.

특히 해당 청원은 SSG 팬 뿐만 아니라 9개 팀 팬들 역시 시민청원에 공감을 하며 '화력지원'을 하는 등 지역과 팬덤을 초월하여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앞서 인천시는 SSG 랜더스 창단식에 참석한 신은호 인천광역시의회 의장과 조택상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의 입을 통해 서울에서 창단식을 개최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으며 지난 2일에는 인천광역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역시 "창단식을 서울에서 개최한 것은 인천시민의 지역 연고 프로야구단에 대한 애정을 전혀 존중하지 않은 처사"라고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에 SSG 구단 측은 같은 날 "인천 시민들의 지역 정서에 부합하지 못한 점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 입장을 밝혔고, 박남춘 시장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구단에서 시민과 팬들에게 사과한 것은 그런 마음에 공감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잘하셨다"고 반응 했다.

그러나 5일에는 인천 지역 시민단체인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인천경실련·인천상공회의소·인천YMCA·인천평화복지연대 5곳에서 "인천과 서울이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라며 마음만 있었다면 인천에서 여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서울 창단식에 인천시민들에게 사과하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서울 창단식'에 대한 맹공을 여전히 거두고 있지 않고 있다.

시민청원 작성자는 청원 게시글에 일련의 사태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과 의회 의원들은 서울 창단식에 대해) 그러한 비난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인천 시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며 "인천광역시에 거주하고, 인천광역시에 연고를 둔 스포츠 구단을 응원하는 팬으로써 저 상황이 왜 비난 받아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이 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전에 앞서 SSG랜더스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인천시)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이 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전에 앞서 SSG랜더스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인천시)

청원인은 "구단을 진정으로 응원하는 '인천 시민들' 외에도 다른 스포츠 팬들 또한 지자체장과 시 의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의아해하고 있다"면서 "인천광역시의 주인은 인천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는 300만 인천광역시민들이며, 그분들의 목소리를 단지 한 기업의 스포츠구단을 비판하는데 이용하며 매도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이 시민청원에 담긴 간곡한 호소에 많은 팬들은 응답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 시민청원을 지지하는 한 랜더스 팬은 "마치 본인들(인천시, 시민단체)의 생각이 '인천시민 모두'가 서울 창단식 진행에 실망했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하고 있으나, 정작 인천시민이 실망하는 다른 사태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나온 사례가 존재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비판성명의 주체가 진보성향을 띄고 있는 쪽에서 비판성명을 낸 것이 확인되어 다음 선거를 위한 정치적 행보로 보이는 행동을 보이는 것 같다고 해당 팬은 분석했다.

해당 팬은 '시민구단'으로 인천시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이적료 송금실수 문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거나 올해를 끝으로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하는 KBL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는 것을 꼽으며 "필요할 때만 인천 시민을 찾고 인천의 자부심을 얘기하며, 필요할 때만 뭉쳐서 목소리를 내며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게 아닌가?"하고 인천시를 규탄했다.

현재 KBO 리그에 소속되어 있는 10개 구단은 모두 사기업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팀 명명권 수익으로 주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히어로즈(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한 야구팀은 모두 대기업을 모기업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구단은 마케팅 및 선수 육성시설 투자, 소속 선수 연봉 지급 등의 이유로 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모두 모기업의 지원과 입장료, 구단 기획상품 판매 등에서 확보된 수익에만 구단 운영자금을 의존하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단 자체적인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한 야구 평론가는 "과거 프로야구 출범 당시에는 야구단 운영이 '기업 홍보'와 '사회 기여'에 중점을 두고 운영이 되었다면, 지금은 '스포츠 산업' 측면에서 구단 운영 자체를 새로운 사업으로 보고 적자 탈피를 위해 다양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번에 신세계그룹에 야구단을 매각한 SK를 포함해, 우리나라의 몇몇 대기업은 이미 '기업홍보'를 위해 구단을 운영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광주시나 경남 창원시(구 마산 지역)에서 구단 및 신축 야구장을 두고 불거진 불협화음이 있었음을 언급하면서 "그럼에도 아직 일부 지자체나 시민단체는 아직도 과거에 시각에 머무르고 있는 듯 하다"고 지적하며 "이들은 진짜로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대기업들이 굳이 수십에서 수백 억 적자를 내면서까지 야구단을 운영할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지자체나 시민단체에서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면서 "지역 스포츠 산업 육성 측면에서 구단을 '하나의 기업'으로 보고, 이 '기업'이 우리 지역에 자리매김 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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