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국제도시 GRT 계획(자료=인천경제청)
청라국제도시 GRT 계획(자료=인천경제청)

2018년 첫 운행을 개시한 청라국제도시 GRT는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과 인천2호선 가정역을 잇는 노선인 701, 702번 개통을 1단계 사업으로 시행한 이후 서울7호선 석남 연장선 개통과 함께 2단계 추진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특히 지난달 22일 서울7호선 석남 연장선이 개통되면서 현재 3개 노선(7번, 43번, 47번)에 머무르고 있는 석남역 행 노선 확충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고, 청라 주민들은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에 GRT 2단계 사업 촉구에 나서고 있다. 최소한 7호선 청라 연장선이 개통되기 전까지 임시 교통대책 마련 차원에서 운영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 GRT 사업주체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부서는 2단계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차량 추가구매 및 기반시설 설치에 최대 50억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지난 해 기준 3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2단계 사업 추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실상 유관기관의 청라 GRT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며 방치되고 있는 가운데, 2단계 사업 추진을 대비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무관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민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석남제1고가 밑에 마련된 U턴 공간. GRT에 투입되는 저상버스가 통과하는데 있어 높이제한은 문제가 없으나, 전장 12m인 버스를 회차하는 데 있어 충분한 회전반경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회차지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사진=더청라)
석남제1고가교 밑에 마련된 U턴 공간. GRT에 투입되는 저상버스가 통과하는데 있어 높이제한은 문제가 없으나, 전장 12m인 버스를 회차하는 데 있어 충분한 회전반경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회차지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사진=더청라)

"석남역 인근에 회차시설이 없다"

GRT 2단계를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회차시설 확보'이다. 석남역에 도착한 차량이 다시 청라로 가기 위해서는 인근에 충분한 회차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GRT 1단계에 속한 가정역은 충분한 U턴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더 청라>의 취재결과 석남역 부근에는 마땅한 회차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었다. 향후 인천시 및 인천경제청에서 전향적으로 GRT 2단계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충분한 회차시설이 확보되지 않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석남역이 위치해 있는 석남제1고가교 하부에는 지역 주민들과 인접 상가 이용객을 위한 소규모 주차공간과 차량 유턴 구간이 확보되어 있으나, 육안으로 보아도 바이모달 트램 굴절버스는 커녕 전고 3.4m, 전장 12m의 일반형 저상버스가 회차하기에는 매우 비좁은 형태를 띠고 있다.

실제로 석남제1고가교를 관리하는 인천광역시 종합건설본부에 확인한 결과, 8ton 이상의 대형차량은 고가 하부에 마련된 회차공간을 지나갈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인천시 도시재생과에 따르면 옛 경인고속도로 구간인 인천대로 일반도로화 사업의 일환으로 석남제1고가교를 포함한 고가들의 철거가 예정된 가운데, 철거 시기가 일반도로화 사업이 완료되는 2026년에 맞춰 추진되는 것으로 함께 확인되었다.

따라서 석남역 부근에 회차시설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고가도로가 철거되는 2026년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서울7호선 청라 연장선의 개통 목표인 2027년과 그리 멀지 않아 석남역 인근에 회차지점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적산터널로 들어가는 입구 부근이 마련된 비상회차시설. 대형차량이 U턴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마련되어 있으나 산곡역 방향에서 석남역으로 넘어오는 차량들의 통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것이 문제이다(사진=더청라)
원적산터널로 들어가는 입구 부근이 마련된 비상회차시설. 대형차량이 U턴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마련되어 있으나 산곡역 방향에서 석남역으로 넘어오는 차량들의 통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것이 문제이다(사진=더청라)

원적산터널 입구 회차, 회차공간은 확보되나 '통행흐름 방해' 우려

결국 GRT 차량 회차공간을 찾으려면 석남제1고가교 이외의 다른 곳을 찾아야 하나, 석남동 부근 도로들이 협소한 관계로 마땅한 회차공간을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는 곳으로 원적산터널 서측 입구에 마련되어 있는 비상회차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터널 내부에 차량 화재 등의 비상상황 발생 시 터널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통행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마련된 비상회차시설은 대형차량도 회차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비록 왕복 1.3km 가량의 공차 회송거리가 발생하는 단점이 있으나, 전장 12m의 저상버스가 회차하는 데 있어서는 회전반경 확보가 되어 있지 않은 석남제1고가교 하부에 비해 용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터널의 비상회차시설이 석남동 방향 터널 출구와 가까이 붙어있어 출구를 통과하는 차량들의 통행에 지장이 줄 수 있다는 것은 문제점이다. 민자 유료도로로 운영되는 터널의 특성 상 차량 통행량은 일반 도로에 비해 적은 편이나 서구와 부평구를 잇는 다수의 대중교통이 이용하는 도로인 만큼, 차량 속도를 줄이지 못해 자칫 유턴하는 GRT 차량과의 접촉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터널 입구에 신호등을 설치하여 차량 흐름을 제어하는 방안도 꺼낼 수 있으나, GRT 2단계 추진을 위해 별도의 차량 신호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추가비용이 발생될 수 있는 부분인데다, 원적산터널을 운영하는 민자사업자와의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청라국제도시 GRT 2단계 사업을 앞두고 인천경제청이 민관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을 가졌으나, 그 과정이 졸속으로 추진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청라국제도시 GRT 바이모달트램(사진=더청라)
청라국제도시 GRT 바이모달트램(사진=더청라)

청라 GRT 2단계 추진 위한 대책 마련 절실

청라 주민들은 당초 GRT 2단계 사업 자체가 7호선 청라 연장 추진이 불투명했던 상황에서 주민들의 7호선 연계를 위해 추진되었던 만큼 인천경제청을 포함한 유관기관에 청라 주민들에게 약속한대로 GRT 2단계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인천경제청 측은 비용부담자인 LH 측과 논의하여 GRT 운영에 대한 정책적 방향이 결정된 후 주민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현재로써는 GRT 1단계 노선 정상운행이 최우선과제라는 입장이다.

이를 접한 주민들은 인천경제청을 포함한 유관기관들이 청라 GRT 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으며 이들에 강한 의지를 보여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 주민은 "청라국제도시 GRT는 청라 수분양자들이 낸 분담금 700억 원을 가지고 개통된 것이고, 7호선 청라 연장 지연으로 인해 주민들의 교통불편이 가중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석남역까지 GRT 버스를 연장했어야 했다"며 "아무리 인천시가 '청라 패싱'을 자행한다고 하더라도 2단계 지연은 이해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배석희 前 청라국제도시 총연합회 회장은 "유정복 시장 임기시절에 조동암 당시 경제부시장은 GRT 관련 주민간담회에서 주민들 앞에 'GRT 예산 700억 원이 소진되더라도 인천시의 예산을 투입해서 GRT를 원안대로 개발·유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 인천시의 모습을 본다면 오히려 'GRT 무용론'을 내세우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2단계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GRT 노선 조정 및 증차는 필수라며, 이에 따른 예산은 준공영제 도입 등을 검토하는 등 인천시가 책임지고 추진해야 한다"면서 "GRT 2단계 사업을 보다 신속히 구체화하여 최소한 7호선 청라 연장선 개통 전까지라도 청라와 석남역을 연결하는 GRT 운행이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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