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총연비대위, 문병인 인천경제청 정책특보 면담(사진=더청라)
청라총연비대위, 문병인 인천경제청 정책특보 면담(사진=더청라)

청라국제도시 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청라총연 비대위)는 지난 11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방문하여 문병인 정책특보와 면담을 갖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실시한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자 선호도 조사' 결과를 전달하였다.

이 자리에서 노형돈 청라총연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이번 조사결과는 주민들이 인천경제청에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를 통해 청라의료복합타운에 적합한 사업자를 선정해달라는 주민들의 염원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 발전을 위해 인천 내 사업자가 선정되어야 한다는 일부 의견은 오히려 인천을 더욱 고립시킬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며 "오히려 최고의 역량을 갖춘 사업자가 선정되어야만 인천시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인천의 의료 수준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다음달로 다가온 가운데, 5개의 업체가 공모에 참가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번 사업 공모심사에 대해 청라 주민들이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2014년 차헬스케어를 위시로 한 차병원그룹이 추진했던 청라의료복합타운 조감도(자료=인천경제청)
2014년 차헬스케어를 위시로 한 차병원그룹이 추진했던 청라의료복합타운 조감도(자료=인천경제청)

'초고층 랜드마크 건설' 등 사업의 본질 벗어난 제안도 흘러나와

청라의료복합타운 조성사업은 최소 5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과 의료바이오 관련 산·학·연 시설 및 업무·판매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3월 사업의향을 나타낸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된 바 있다.

이에 인천경제청은 사업성 확보를 위해 토지매매가격을 800억 원 가량 낮추고, 의료복합타운 종사자들을 위한 오피스텔 3,000세대 및 호텔과 병원을 결합한 콘셉트의 '메디텔' 700실 규모를 허용(개별분양 불가)하며 사업자 공모에 나선 결과 서울아산병원, 세명기독병원, 순천향대병원, 인하대병원, 차병원 등 총 5개의 컨소시엄이 지난달 사업의향을 나타냈다.

사업공모에 참가한 각 컨소시엄들은 언론을 통해 공격적인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그 중에는 산·학·연·병 연계를 통한 메디컬 바이오산업 육성 및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청라의료복합타운 조성 사업의 본질에서 벗어난 '무리수'까지 내걸고 있어 자칫 본질을 흐리는 과열경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업 공모에 참가한 컨소시엄의 면면을 보면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하는 메이저 건설사 및 건축사가 대거 참여하며 '건설업계 간 경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심지어 A 컨소시엄에 참여한 B 건설사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시 그룹 차원에서 마천루급 빌딩을 건설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굵직한 제안을 이번 공모에 제시했다는 설까지 나올 정도이다.

청라 주민들은 다수의 업체에서 이번 공모에 참가하여 경쟁 구도가 형성된 것에 반색하면서도, 사업의 본질을 벗어난 '무리수'까지 선보이는 일부 업체의 행보가 자칫 공정한 심사에 방해를 주지 않을지 염려하고 있다.

 

박남춘 시장이 6월 15일 청라의료복합타운 예정지를 찾아 인천경제청 관계자의 보고를 받고 있다(사진=더청라)
박남춘 시장이 6월 15일 청라의료복합타운 예정지를 찾아 인천경제청 관계자의 보고를 받고 있다(사진=더청라)

인천시장과 공모참여기업 수장의 만남, 지역주민 '불쾌'

이번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 공모에 참여한 인하대국제병원 컨소시엄에 대해 청라 주민들은 경쟁자 중 유일한 지역 연고 병원이라는 점에 큰 의의를 두면서도, 송도캠퍼스 조성 등 현재 인하대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을 들며 사업 수행능력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3일 박남춘 인천광역시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만나 항공정비공장의 영종 유치와 한진그룹 산하 LCC(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의 송도 이전 등을 논의한 것으로 여러 매체를 통해 밝혀졌다.

인천의 향토기업에서 세계적인 항공기업로 성장한 한진그룹의 수장과의 만남에 대해 혹자는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공모 심사를 위해 중립적인 입장에 서 있어야 할 인천시가 자칫 지역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시장과 조 회장의 만남에 대해 일부 주민들은 진에어 본사의 인천 유치에 대한 보답으로 인하대 컨소시엄에 청라의료복합타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에 부담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진에어 측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천시의 본사 이전 제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인하대학교는 16일 총동창회를 통해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 공모 참여 소식을 전달했다(자료=독자 제보)
인하대학교는 16일 총동창회를 통해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 공모 참여 소식을 전달하면서, 인하대가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자로 선정되어야 하는 홍보성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동문들의 지지를 호소했다(자료=독자 제보)

지역 연고 업체 노골적인 '밀어주기' 논란…공정성 흐려선 안돼

일각에서는 인천 연고가 아닌 업체가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자로 선정된다면 인천은 땅만 제공하고 실제 수익은 서울 등 타 지역이 가져간다는 '뻐꾸기 둥지 이론'을 내세우며 '인천의 자존심'인 인하대병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관공서의 이름을 유사하게 사용하여 논란을 빚고 있는 한 유튜버는 영상을 통해 "(청라의료복합타운 조성사업이) 인천의 의료시장을 초토화 시키면서 서울의 대형 병원들의 병원 수익 쟁탈전이 되거나 부동산 개발 이익을 목적으로 흘러가서는 안 되는데 이미 그런 조짐을 보이는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대표적인 예로 15년 간 사업이 지지부진한 송도 세브란스병원의 사례를 들면서 "시흥 배곧신도시에 조성 예정인 서울대병원과 청라의료복합타운마저 서울의 병원들로 채워질 경우 그나마 버티고 있는 인천지역 의료기관의 존립 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인하대 컨소시엄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인하대학교는 학교 출신 동문들에게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에 참전한 모교의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을 담은 단체문자를 16일 발송했다. 해당 단체문자에는 인하대 측의 의견을 다수 반영한 신문기사 링크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일부 여론과 인하대 측의 행동에 대해 청라 주민들은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청라에서 자가용으로 10분 거리에 인하대병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업 공모에 참여한 것이 결국은 '밥그릇 지키기 싸움'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주민은 "청라 주민들이 아산병원 컨소시엄을 원하는 이유는 서울아산병원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병원인 것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인하대가 보여준 행보가 청라 지역 뿐만 아니라 인천 시민들에게도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인하대는 최초에 이번 사업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보여주었다가, 아산병원의 참가 소식에 인천 의료영역 사수 때문인지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꾸어 참가한 것"며 "마치 난리를 피는 것 같은 인하대의 이러한 모습에 과연 주민들이 '인천 대표 대학병원'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청라 주민들은 이러한 인하대의 행보를 크게 비판하면서, 인천경제청에 지역 연고 병원에만 치중한 결정을 조심하고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은 심사를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8일 사업제안서를 접수를 진행했던 인천경제청 비즈니스센터(사진=더청라)
28일 사업제안서를 접수를 진행했던 인천경제청 비즈니스센터(사진=더청라)

다시 한 번 돌다리를 두들기며 건너는 마음으로

사업제안서 접수를 진행하기 이전에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공모 진행상황을 묻는 본지의 질문에 "현재는 공모가 진행중인 만큼, 공모의 공정성 때문에 루머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는 답을 해주기 어렵다"면서 "공모 중에는 형평성을 잃을 수 있는 만큼 노코멘트로 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주시고, 우리는 공모 마감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당시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인천경제청 관계자의 목소리에서 더 이상 유찰의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서 매우 조심스러웠던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한 글자를 새길 때마다 세 번 절을 올리며며 경전을 완성하던 수도자의 모습과도 같았다.

그 정성이 마침내 통하였는지, 지난달 28일에 진행한 공모에서는 은인과도 같은 5개의 업체가 참여하게 되었다. 인천경제청 입장에서는 한 시름을 놓을 만한 성과일지도 모른다.

지금 인천경제청에게는 또 다시 유찰의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정성과 공을 들였던 '초심'을 다시 꺼내야 할 때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국제도시'라는 큰 도화지에서 그려야 할 '청라의료복합타운'의 스케치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틀을 갖추고 색을 입혀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시킬 '유능한 화가'를 다섯 업체 중에서 골라낼 수 있어야 한다.

각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들의 '무리수'와 '미사여구'를 걷어내고 '지역연고 가산점' 없이 있는 그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형평성에 맞는 심사를 통해 적격업체를 가려내야 하는 일. 청라 주민들이 지금 이 순간 인천경제청에 바라고 있는 '단 하나'의 조건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더 청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