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 겸 ㈜KSN 대표이사 인터뷰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사진=더청라)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사진=더청라)

초등학교 5학년 시절부터 야구를 시작한 그의 야구인생은 어느덧 50년을 훌쩍 넘겼다. 그럼에도 매번 메이저리그를 포함한 야구 경기들을 챙겨보면서 여전히 야구에 대한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어느덧 71세에 접어드는 그이지만 여전히 프로야구의 부흥을 위해서는 새로운 스타 발굴에 대한 필요성과 함께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관객들의 관람 편의성 향상을 위한 야구 인프라 확충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야구, 그리고 프로스포츠의 발전 방향과 스포츠가 국민들의 삶에 주는 의미들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더 청라>는 반세기가 넘는 야구인생을 살면서 프로야구의 발전을 지켜봐온 목격자 역할을 하며 야구 해설위원과 스포츠 정보 제공업체 대표이사, KBO 대외협력직 등 다양한 활동으로 야구저변 확대에 힘을 쓰고 있는 허구연 ㈜KSN 대표이사를 만나 청라 주민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청라 돔구장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사진=더청라)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사진=더청라)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우리 언론에서 청라 돔구장과 관련된 인터뷰 요청을 단번에 흔쾌히 응해주셨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다른 이유는 없다. '야구 인터뷰'이기 때문이다. 나는 야구와 관련된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최근 MBC스포츠플러스에서 제공하는 유튜브 콘텐츠 '스톡킹'에 출연하여 고척 스카이돔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내셨다

고척돔은 2007년 서울시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조성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그 자리에 있었던 동대문야구장이 헐리게 되어 아마추어를 위한 야구장이 없어지게 되자, 서울시는 당시 신월야구장과 구의야구장을 비롯한 대체 방안을 마련했다.

그 방안으로 나왔던 구장 중 하나였던 고척구장은 본래 개방형 야구장으로 추진되었는데,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대에 이르면서 돔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 과정에서 여러 번의 설계변경 끝에 돔구장으로 계획이 변경되어 추진되었다.

그렇게 2,500억여 원을 들여서 1만 6천 석의 고척돔이 만들어졌는데, 비슷한 비용을 들어 3만 석의 개폐식 돔구장을 구현한 휴스턴 미닛메이드 파크와 비교하면 구장의 접근성 문제나 주차문제, 한국인의 체형을 고려하지 않은 좁은 좌석간격 등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는 고척돔은 돔구장에 걸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척돔이 1990년대에 지어졌다면, 아니면 경비를 적게 들여 약식으로 지었다면 이러지 않겠는데, 2000년대에 시민들의 피같은 세금을 2,500억여 원을 이렇게 쓰면서 지은 돔구장을 이렇게 형편없이 만들 수 있는지 어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21세기 최악의 돔구장'이라고 내가 부르는 것이다. 솔직히 국정감사 감이라 생각된다.

체육이나 문화·예술 시설을 지을 때 예산을 타서 쓰기만 했지,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을 두고 이것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올바르게 투자된 것인지, 관리는 제대로 되는지에 대한 경각심이 정부나 지자체가 부족하다 판단했고, 이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사진=더청라)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사진=더청라)

- 신세계에서 SK 와이번스를 인수하여 SSG 랜더스로 재창단하면서 발표한 '스타필드와 연계된 돔구장 계획'에 대한 위원님의 생각이 궁금하다

여타 사례들을 보면 공무원이나 지자체의 '갑질' 때문에 산업이 발전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체육분야는 '갑질'이 굉장히 만연해 있다.

그런 의미에서 SSG 구단이 돔구장을 짓겠다 하면 (인천시는) 도와줄 생각을 해야지, 온갖 규제를 들이밀며 방해하려 해서는 안 된다. 돔구장을 지을 때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으로 집행하는 것도 어려운데, 민자사업자가 나서서 직접 자신들의 돈으로 짓는다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근본적으로 사업자를 도와주는 자세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을 들어보면 현재 스포츠시설과 관련된 제도나 법령 등이 구단에 대한 지자체의 '갑질'을 만든 것 같다 

근본적으로 프로스포츠는 결국 '산업화'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군부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1982년 프로야구 창설을 시작으로 프로축구 출범 등으로 무르익으며 우리나라의 프로스포츠 산업이 시작되었는데,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재벌들을 중심으로 구단을 창설을 권유받아 팀을 만든 것이 현재의 프로스포츠를 이루는 근간이 된 것이다.

그런데 재벌이 스포츠 구단을 운영한다고 해서 지자체에서 계속해서 규제를 걸고, 설령 지자체에서 구단을 도와주려고 해도 이를 '정경유착'이나 '재벌 봐주기'로 규정하며 일부 시민단체나 시의원들이 나서고 있는데, 나는 이런 것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만일 민간기업이 스스로 나서서 비용을 투자해 돔구장을 짓는다고 할 때 어떠한 법령이나 조례, 규정이 문제가 된다면, 그것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개정하려고 해야 한다.

그동안 체육시설은 투자비용 대비 효율성이 낮기 때문에 여태껏 민간업체에서 직접 나서서 지으려고 하거나 법령 개정을 위한 행동을 꺼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KBO리그 소속 10개 팀 거의 모두 적자이다. 야구 뿐만 아니라 프로축구나 농구, 배구 프로팀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프로축구의 경우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민구단들이 있는데, 이 구단들이 지금 흑자를 내고 있는지 해당 지자체들에게 묻고 싶다. 관중이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결국 '정책 종목'의 의미만 있는 것이다. 프로농구나 프로배구도 '프로'를 표방하고 있지만, 여러 측면으로 봤을 때 홍보 위주의 운영에 머무르고 있다.

물론 기업 홍보를 위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프로스포츠단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과연 이것이 계속 갈 수 있을까? 그래서는 안 된다. 경제 위축이나 모기업의 사정이 안 좋아지면 없어지거나 축소 경영을 하거나 다른 곳에 팔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에 한국가스공사로 매각된 전자랜드의 사례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앞으로 체육을 비롯해 문화 사업들도 이제는 산업화로 갈 수 있도록 다른 각도로 봐야 된다라고 생각한다.

KBO의 프로구장 설립 기초 안내 매뉴얼에 체육시설을 '도시계획시설'로 기술한 것으로 나는 알고 있고 이것을 가져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유권 해석을 정확하게 명문화를 하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되니까 예전 아마추어 야구 때 만들어진, 프로스포츠 산업화에 역행하는 법령과 조례 등으로 인해서 문화·체육시설 추진에 애를 먹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예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지을 때 국비 없이 회사 자체 비용으로 짓는데, 그로 인해서 경제고용창출 효과를 지자체에 누리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는가? 대형 기업에서 공장을 짓겠다고 하면 지자체에서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려고 하는데, 왜 스포츠에서는 그게 안 되냐는 거다.

기업에서 수천 억 원의 비용을 들어 돔구장을 짓겠다고 나서는데, 그렇다면 지자체에서는 규정을 개정해서라도 기업을 도와주려 해야지 왜 자꾸 딴지를 거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획기적인 시도이고, 이게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산업화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보통 KBO리그에서 정규시즌 홈 경기를 72경기를 치르고 있고 시범경기나 포스트시즌까지 포함한다면 80경기 가까이를 치르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바꿔 말하면 야구단은 시민들을 위한 '공연'을 80회 선보이는 것과 같다. 인천 뿐만 아니고, 서울이나 부산을 비롯해 왜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는건지 답답하다.

내가 정치인들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지자체에서는 80일 가까이 공연을 계속해서 치를 수 있느냐? 서울에서 방탄소년단과 같은 A급 가수를 불러다 공연을 하면 그 비용이 얼마나 드는가?"인데, 여기에 대해서 일절 답을 꺼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프로야구 뿐만 아니라 농구, 배구를 비롯한 모든 프로스포츠는 국민들의 여가 선용의 기회를 제공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왜 지자체에서 자꾸 규제를 꺼내면서 산업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최근 KBL에서 부산 연고 농구팀인 kt 소닉붐이 수원시로 연고를 이전한 것으로 인해서, 이 때문에 박형준 부산시장이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부산시가 발칵 뒤집혔다. 인천이나 부산이나 '구도(球都)'를 자처하는데, 시민들은 '구도'라고 생각하지만 지자체는 그렇지 않는 것 같다.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사진=더청라)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사진=더청라)

- 그러고 보니 최근에 인천에서도 전자랜드 농구단이 한국가스공사에 인수됨과 동시에 연고지를 대구로 옮긴다고 들었다

내가 경고를 던지는데, kt 농구단이 부산에서 수원으로 갔듯, 오리온즈가 대구에서 고양으로 갔듯, 전자랜드가 한국가스공사에 인수되면서 대구로 갔듯이, 지자체가 지역 연고 프로스포츠단에 비협조적으로 대하거나 손발이 어긋난다면 연고지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프랜차이즈는 구단과 커미셔너(Commissioner)의 승인만 있으면 연고지 이전이 바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자체는 생각을 바로 가져야 한다. 지자체의 비협조로 인해서 kt 농구단의 연고 이전을 부산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그럴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스타필드에 돔구장을 지으려는 SSG 구단이 꼭 인천에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스타필드가 이미 지어진 고양이나 성남으로 갈 수도 있고, 최근 화성시장이 돔구장을 짓겠다고 직접 본인에게 말한 바 있는데 신세계 테마파크 조성을 추진중인 화성시로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도 있다는 거다.

과거 광주에서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를 지으려 했던 당시 광주시장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KIA 타이거즈가 항상 광주에만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광양으로도 갈 수 있고 전주로도 갈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새로운 야구장을 광주에서 짓지 않는 겁니까?" 라고 말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대전의 사례도 있는데, 당시 대전시장 후보로 나섰던 사람들이 전부 야구장 신축 공약을 내세우지 않는 것이다.
(주: 현재 한화 이글스의 홈 구장으로 쓰이는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1964년에 완공된 구장으로, KBO 리그 야구장 중 가장 오래된 구장이다.)

마침 천안시에서 프로야구장을 짓겠다고 나서면서 한화 구단을 유치하려고 나섰는데, 이에 "왜 한화 구단이 구걸하듯 대전에 있어야 되느냐? 지금 천안시에서 야구장 짓겠다고 하는데 연고지를 이전할 수도 있다"라고 각 후보들에게 경고한 바 있고, 이에 시급함을 인지한 후보들이 전부 대전 새 야구장을 공약에 넣게 되면서 현재 대전 새 구장 추진이 본궤도에 오른 것이다.

다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부산에서도 돔구장 공약을 내걸었던 분이 계시고 경기도의 몇몇 지자체에서 돔구장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렇다면 인천시에서 과감히 민간 돔구장을 추진한다면 굳이 다른 지자체에 돔구장을 지을 필요도 없어지고 비효율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

왜 대한민국이 서울 올림픽을 유치했고, 2002 월드컵을 유치했고, 3수 끝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는가? 이는 경제적인 효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여 국위선양을 하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이걸 국제적인 시각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국민 행복 증진을 위한 목적으로 똑같이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거다.

인천시나 지역 국회의원 등이 직접 나서서 민간기업이 직접 수천 억의 비용을 들여 돔구장을 추진하는 선례를 만들면 그것이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는 거다.

 

- 돔구장 건설에 있어서 청라국제도시의 입지조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시는지?

교통의 요지인 청라국제도시의 입지 조건을 살려 스타필드 청라 돔구장을 조성한다면 인천국제공항하고 가깝기 때문에 K-Pop 공연 유치의 적지(適地)가 될 수 있는데, 이걸 다른 지자체에 앞서 인천시가 빨리 선점을 해서 추진을 하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K-Pop 아이돌 스타들이 개런티 받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이득이 없음에도 비용을 들면서까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일본 6대 돔 투어'를 돌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표적인 공연장을 짓게 된다면 일본이나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 팬들이 우리나라에서 숙식 등을 해결하면서 외화 유치에도 도움이 될텐데, 대규모 인원 수용이 어려운 고척돔만 있고 대규모의 돔이 없으니 이렇게 못 하는게 아닌가?

가령 인천공항에서 바로 들어올 수 있는 위치에 지어지는 청라 돔구장을 3만 석 규모로 짓는다면 K-Pop 공연과 같은 대규모 이벤트를 유치하면 5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2만 석 규모로 짓는다고 해도 3만 5천 명 가량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을텐데, 그 중에서 1만 명의 해외 관객을 유치하더라도 엄청난 수익을 기록할 수 있지 않겠는가?

사실 서울시나 부산시를 비롯해 타 지자체에서 돔구장을 추진하려고 해도 예산을 끌어오는 문제와 관련해서 5~6천 억 원 가량의 비용을 시의회에서 동의를 구하기 어려워서 '짓고 싶어도 못 짓는' 상황인데, 민간기업이 나서서 인천시에 돔구장을 짓겠다고 하면 "아이고 고맙습니다~"하고 박수치고 절을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사진=더청라)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사진=더청라)

- 최근 인천시에서 SSG 구단에 돔구장으로 이전 시 기존 문학경기장의 활용방안을 마련하라는 것도 그렇고, '서울 창단식'과 관련해서 시민단체나 정치인들이 이의를 제기했던 일련의 사태를 보더라도 이 문제를 너무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지자체나 정치인들이 사안들을 '표'로만 접근하려는 것이 큰 것 같다. 모든 것이 '표'이다.

대구의 새 야구장 건설 당시를 예로 들면, 내가 대구 새 야구장 자문위원으로 있었을 당시 대구의 유력 정치인이 교통 접근성이 좋지 않은 두류공원에 야구장을 지어야 한다고 했을 때 대구시에서 꼼짝도 못했던 적이 있었다.

두류공원의 입지를 보자면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져서 야구장에서 빠져나오기까지 10분 이상이 걸리는데, 밤 10시 넘어서 2~3만 명의 관중들이 한꺼번에 나올 때 발생되는 문제 대책에 대해 '셔틀버스 운영'으로 답을 했을 때 "말도 안되는 생각을 왜 하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전국의 지하철 모두 적자이긴 하지만, 그 정치인은 전철 접근성이 좋은 곳에 구장을 두어 지하철 이용을 활성화시킬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의 지역구만을 생각했던 일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대구 대공원역 인근에 라이온즈 파크가 들어서게 됐지만.

나는 우리나라 최고의 야구장으로 창원 야구장을 꼽는데, 그 이유는 야구장 건립 추진을 맡았던 공무원이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 공무원은 창원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모기업 NC에 '갑질'을 하지 않고 구단의 의견을 적극 수용했고, 끊임없이 나를 찾아와 '어떻게 하면 됩니까?'하고 괴롭힌 적도 있었다.

창원에 앞서 광주 신구장, 대구 신구장, 울산구장, 포항구장, 수원구장 리모델링 등이 추진됐는데, 야구관람객들의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해서 내가 직접 조언을 통해 외야 잔디밭 조성이나 아이들을 위한 샌드박스 등이 추진이 됐는데, 문제는 일반 공무원들은 야구장 추진에 있어 관중의 편의 향상을 위한 생각을 못 한다는 것이다.

간혹 새 야구장 추진에 있어 시의원이나 시민단체에서 사업을 발목잡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물론 그들의 의견에 옳은 부분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들이 '큰 그림'을 보지 않고 '재벌 봐주기'로 몰아가니 사업이 제대로 추진이 안 되는 것이다.

진짜로 새 야구장 건립이 설령 '기업의 특혜'라고 한다면, 인천은 지금의 문학구장이 아닌 과거 시설이 열악했던 도원야구장을 계속 써야 했다는 것인가? 그리고 일반적으로 판단할 때 지금의 문학구장과 새로 짓는 최신의 청라 돔구장 중 어느 곳에서 경기를 보기 원할까? 그 답은 이미 나온 거나 다름없다.

청라 돔구장 추진을 통해 인천시의 브랜드 가치도 상승하고, 대규모 이벤트도 유치함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고려한다면 지엽적인 문제는 차츰 해결하고 대의적으로 접근해서 추진해야 하는데, 시민단체나 시의원들이 너무 지엽인이 문제에 얽매이니 지역발전을 못 하는 것이다.

현재 NC 다이노스의 연고지인 창원시의 경우만 보더라도 야구장 유치 이전까지만 해도 창원의 인지도가 높지 않았는데, 지역에 아무런 연고가 없었던 NC소프트를 모기업으로 하는 야구단을 창설하고 나서 지난 시즌 우승을 통해 '창원'이라는 이름이 언급되니 이제는 창원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지 않았는가?

창원시장도 그렇게 야구단 유치에 따른 브랜드 파워의 상승을 깨달은 것이다. 어디 케이블TV 같은 곳에다 '우리 고장에 놀러오세요~' 광고를 트는 것보다 비용도 적게 들면서 도시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지 않는가?

서울 창단식 문제도 그렇다. 그 날 SSG 선수들이 창단식에 앞서서 연습경기를 뛰고 얼마 되지 않았던 상황인데, 창단식 때문에 잠실에서 거리가 먼 인천으로 가야 되는게 말이 되는가? 이제는 온라인으로 창단식을 보는 시대인데…

물론 인천에서 창단식을 열었으면 좋았겠지만, 서울에서 할 수밖에 없던 사정이 있는 건데 왜 그렇게 태클을 거는건지.

솔직히 나는 인천시장이 누구인지도 잘 모른다. 그런데 시장이 누구이든 간에 역대 시장들을 보면 진짜 답답하다. 이 프로젝트는 기업의 '투자유치'를 끌어오는게 아닌가? 투자유치를 잘 끌어오는 지자체장은 '잘 한다'고 평가받고 있지 않는가? 투자유치를 통해 고용이 창출되고 그 지역의 브랜드 파워가 창출되며 굉장히 효과가 있는게 아닌가?

다른 곳에서는 야구장을 짓기 위해서 국비나 지자체 예산을 끌어오기 위해서 해당 지자체 공무원들이 진짜 열심히 힘들게 일하는 것을 내가 목격했는데, 기업이 통 크게 수천 억의 돈을 들여 자비로 짓겠다고 하면 그 기업을 도와주는 게 맞지 않는가? 어떻게든 여러가지를 검토하면서 도와줄 생각을 해야지 계속 딴지를 걸면 어쩌겠다는 건지…

인천시의회가 어떤 스탠스를 가지고 있는지 몰라도, 지자체에서 말로는 "투자를 유치하겠다" "고용을 창출하겠다" 이러는데 실제로 하는 것을 보면 사사로운 것에 얽매이는 것 같은데, 그러면 안 된다.

계속해서 지엽적인 문제만 따지고 대의적으로 도와주지 않는다면 진짜로 SSG 구단이 인천을 떠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떠나 보아야 안다'는 것인가? SSG가 계속해서 인천에 있으리란 법도 없고, 경기도 다른 곳에 스타필드 짓고 돔구장 지어 떠나버릴 수도 있는 거지.

 

- 허 위원님의 말씀을 들으니 속이 후련한 느낌을 청라 주민들이 받으실 것 같다. 마치 청라 주민들을 마음을 제대로 대변하시는 것 같다

이건 청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천시 전체의 문제다. 막말로 전 세계 어디든 나가서 인천을 아냐고 묻는다면 '인천국제공항'은 알아도 '인천'은 거의 다들 모른다고 할 것이다.

청라에 최신 공법을 도입해서 일본 도쿄돔보다 더 나은 돔구장을 짓고 그 곳에 대형 이벤트를 유치한다면 그에 따른 파급효과가 크지 않겠는가? 이 뿐만 아니라 부가적으로 인천의 유명 먹거리도 소개되고, 인천 차이나타운이나 송도를 비롯한 풍광 좋은 인천의 대표 관광지가 소개될 것이다.

시 홍보에 적잖은 예산이 들텐데, 청라 돔구장을 지음으로 해서 인천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한다면 저절로 홍보가 되며 예산을 아낄 수 있을텐데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게 너무 갑갑하다는 것이다. 가치 있는 일을 왜 딴지를 거는건지, 지도 제대로 못하면서…

지금 신세계에서 스타필드를 여러군데 짓고 있고 야구단 유치를 원하는 지자체도 많은데, 만에 하나 다른 경기도 지자체에 스타필드와 돔구장을 짓는다? 지자체에서는 반기면서 지원을 팍팍 해주겠다고 나설 것이다.

정치권이나 제도권 등에서 처음에 기업이나 구단이 원하는대로 두었다가 나중에 와서는 입장이 돌변하는 경우가 많은데, 진짜 이러면 안 된다.

미국 애리조나 주는 사막도시라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었고, 미국 본토에서 땅값이 가장 싼 지역이었다. 이런 애리조나에 주(主) 정부가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허허벌판이었던 곳에 15개의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 야구장을 조성한 것이다.

이로 인해 부가적으로 몰(Mall)이라든지 호텔 등이 지어지면서 상권이 형성되었고, 선수들을 보러 오는 팬들이나 선수 가족들이 캠프에 내려와서 소비한 비용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며 지가가 상승한 사례가 있다. 미국은 이렇게 끊임없이 산업을 개선하려 하고 있다.

나는 인천시가 전향적인 자세로 본격적인 스포츠의 산업화로 가는 길을 터주는 터닝 포인트를 마련하는 최초의 지자체가 되길 바란다. 과거의 구태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더 이상 과거의 구태에 사로잡혀 '갑질'을 하던 것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된다.

 

자신의 저서에 서명을 하는 허구연 해설위원(사진=더청라)
자신의 저서에 서명을 하는 허구연 해설위원(사진=더청라)

- 앞서 말씀하셨듯 지자체나 구단에 야구장과 관련된 자문을 많이 하셨는데…

최근 보궐선거가 있었던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돔구장과 관련해서 나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었다.

돔구장 건설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만약에 서울과 인천 중 한 곳을 골라 돔구장을 짓는다고 가정한다면 어디가 유리할까?

KBO 정규 시즌 홈경기 횟수가 72경기니, 가령 돔구장에서 보통 80경기를 치른다고 하자. 돔구장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1년 365일 중 300일 정도는 크고 작은 행사나 다른 종목의 경기 등을 유치해서라도 운영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80일을 제외한 나머지는 어떻게 행사를 유치해서 운영할 것인가?

지금 인천은 정규시즌 기준으로 72경기를 치르는데, LG와 두산이 함께 쓰는 서울은 그의 2배 정도의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서울에 돔구장을 짓는다면 사용일수로 300일 중 절반 가까이를 야구경기로 채울 수 있지 않는가? 여러 모로 서울이 돔구장을 짓기 유리한 조건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천시는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만약에 서울에 돔구장을 짓는다고 할 때 인천에 또 만든다? 3만 5천 석이든 5만 석이든 규모로 서울의 근접도시에 또 다른 돔구장을 짓는다고 하면, 이건 비효율적이라고 해서 여론이 좋지 않을거다.

하지만 인천시에서 먼저 돔구장을 짓겠다고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천에 큰 돔구장이 있는데 이미 고척돔이 있는 서울에 5~6천억 원을 들여서 왜 또 만드느냐?"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그래서 인천시는 돔구장 사업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다. 야구팀을 유치할 수만 있다면 돔구장을 짓겠다고 하는 경기도 지자체들이 줄줄이 서 있다는 사실도 인천시에서는 부디 인지하기 바란다.

 

- 혹시 SSG 구단 측에서도 허 위원님께 돔구장 관련으로 자문을 구한 적 있는가?

아직 구단에서 나에게 자문을 구하러 온 적은 없지만, 만약 요청을 한다면 기꺼이 해 줄 의향이 있다. 미국 마이너리그 코치 연수와 일본 해외경기 중계 등을 통해 외국 야구장을 많이 접해봤는데, 비록 내가 설계자는 아니지만 다양한 야구장을 접한 경험을 통해 시설들을 접했기 때문에 많이 도와줄 것이다.

보통 잘못된 설계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 야구장들을 보면, 그 원인에는 유착관계가 있었다. 앞으로는 그런 것들이 없어져야 할 것이다.

이제는 건설 공법들이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대전 새구장 입지 후보 중 하나였던 대전역 선상 야구장이라든지, 부산에서 제안되었던 플로팅 돔구장 등과 같은 구상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야구 관람에 있어서도 큰 제약이 생겼는데, 그 중 하나가 구장 내 취식이 안 된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서 야구장에서 발길을 돌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야구관람의 우선순위가 '승부'에 있었지만 지금은 팬들이 승패를 떠나 야구장에서 먹고 즐기고 마시고, 야구경기 끝나고 치맥을 즐기는 여가선용의 장으로 바뀌었는데, 그런 것들이 안 되니 관객 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지금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이 많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게임이나 유튜브를 보는 것으로 시선을 돌리는 게 아닌가? 야구, 더 나아가 스포츠가 국민들에게 주는 가치를 부디 알았으면 좋겠다.

영화관 사업도 그렇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영화관이 많이 없어서 서울에서 갓 올라왔던 '촌놈'이 대한극장을 가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우리나라 생활수준이 올라가면서 이제 다양하게 즐길 수 있지 않는가?

제대로 된 돔구장에서 야구를 관람하는 것 역시 여가선용의 장 차원에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 영화관 사업도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이 들어서면서 영화관람 서비스가 많이 개선이 됐는데 왜 스포츠는 그런 시각에서 보지 않냐는거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지역에 들어오면 다들 반겨주는데, 왜 돔구장은 같은 시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SSG가 인천을 떠날 수도 있다는 것을 '극단적인 예시'로 들었는데, 일련의 일을 왜 지자체가 모르냐는 거다. 만약 내가 KBO 총재였다면 연고지 이전 승인을 해줬을 것이다. 구단을 보유하고 있는 각 지자체에 대해 프랜차이즈 연고 이전을 통해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이제 여가생활로 자리잡은 프로야구인데, 야구 팀이 연고지를 이전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시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프로스포츠단을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는 프랜차이즈 연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

 

- 끝으로 <더 청라> 독자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린다

청라에 굉장히 멋진 돔구장이 건립되어서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명물 돔구장'이 되었으면 한다. 돔구장이 청라에 지어진다면 청라를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고 많은 분들이 와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청라 돔구장 사업에 청라 주민 여러분들도 많은 성원을 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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