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흡연, 반려동물, 관리비, 승강기 사용, 커뮤니티 사용, 관리직원들의 문제

사진자료 : 청라 L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사진자료 : 청라 L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숨만 쉬고 월급 모아도 내 집 마련에 38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최근 현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 평(3.3㎡)당 가격이 109% 상승해 국민의 주거 불안이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어려운 게 내 집 마련이다. 그러면 이제 행복한 주거생활이 시작되는가.

때가 되니 동별 대표자로 선출돼 관리사무소 앞에서 호령 아닌 호령하는 권세를 누릴 수 있는 선택이 시작된다. 각종 동호회와 선거관리위원이라는 명목상 권력 아닌 권력을 맛보기 시작하는 때가 온다. 그때가 바로 그들만의 리그가 시작되는 때고 공동주택의 갈등과 분쟁, 그리고 갑질이 시작되는 시발점이다. 나와 내 가족의 행복 시작이 아닌, 나와 그들 간의 갈등과 분쟁의 시작이다.

어느 날, 아파트 한 입주민은 이런 기사를 접한다. ‘많은 입주민이 원해서 정당한 동의 절차를 거치고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서 용도변경을 하게 된 것인데 테니스 동호회 회원들은 관리사무소장이 주도해 독단으로 테니스장을 없애려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테니스 동호회와 일반 입주민들 간의 갈등이 증폭돼 분쟁으로 치달은 어느 단지에 관한 기사다.

그런데 입주민들이 원해서 정당한 절차를 밟고 공정하게 진행된 용도변경에 왜 애꿎은 관리사무소장을 끌어들인단 말인가. 작금에 관리사무소장들이 법적인 업무 외에 독단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현실을 보자. 공동주택의 갈등에는 반드시 관리사무소장이 샌드위치맨처럼 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가 경험하는 바가 그렇고 현장에 배치된 관리사무소장들의 겪는 경험이 이를 증명해 준다.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를 검색해 봤다. ‘공동주택 단지 테니스 시설을 둘러싼 갈등 원인 및 해결 과정’, ‘공동주택 층간소음 분쟁의 효과적 해결을 위한 법적 소고’, ‘공동주택관리법상 분쟁해결제도 및 개선방안에 관한 고찰’…. 수많은 논문과 학술자료들이 있었다. 대부분 층간소음이나 흡연문제 등에 따른 갈등해결의 양상과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방안들을 제시하는 연구들이다.

논문이나 학술연구에서 얘기하는 이런 갈등이나 분쟁의 종류는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공동주택 갈등·분쟁 사례 조사 연구’를 통해 얻은 결론은 우리에게 보이는 커다란 갈등의 요소가 그 원인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여기가 옹달샘, 즉 근원이 되는 것은 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갈등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원인으로 해 만들어지는 한 편의 연극과도 같기 때문이다.

한 편의 연극이 새드 엔딩이냐, 아니면 해피 엔딩이냐는 결국 작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공동주택에서의 갈등이나 분쟁으로 인한 하나의 연극은 작가 없는 연극이다. 그 끝은 네버 엔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문제는 위에서 제시한 일상다반사같은 문제를 정답 없는 갈등의 유형으로 꼽을 수는 없다는 데 있다.

공동주택 갈등연구팀은 갈등의 유형과 주체, 요소(원인)를 파악해 보기로 했다. 우선 연구 대상을 두 부류로 나눈다. 한편으로는 입대의 회장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통해 공동주택 내에서의 갈등과 분쟁의 경험에 관한 사항을 조사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관리사무소장을 대상으로 해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심층면접은 순탄치 않았다. 일부는 코로나를 이유로 면접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냈다. 일부는 단지 내 갈등·분쟁 관련 사례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꺼리는 듯했다. 

한 사람, 한 사람 만나 심층면접에 돌입하고 나서 연구팀은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연구팀이 예상한 답변은 층간소음, 흡연, 반려동물, 관리비, 승강기 사용이나 커뮤니티 문제, 관리직원들의 문제 등이었다. 그런데 의외의 답변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공동주택 갈등과 분쟁의 중심에 바로 공동주택 의결기구인 입주자대표회의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것이 공동주택 갈등·분쟁 사례 조사에서 나온 갈등의 첫 번째 씨앗이다. 연구팀은 연구 방향을 선회하지 않을 수 없음을 직감했다.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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