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관리 능력에 더해 업무의 적정성·공정성·정직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입주자대표는 선출직이다. 선출공고일 현재 아파트 단지에 주민등록을 마친 후 6개월 이상 거주하면서 법적으로 결격 사유가 없는 입주자가 동대표 후보로 나선다. 입주민들이 후보자의 자격이나 공약사항을 보고 판단해 민주적인 투표를 거쳐 과반수 찬성으로 선출된다.

후보자는 법적인 결격 사유가 없어야 한다. 미성년자나 파산자, 피한정후견인(한정치산자), 피성년후견인(금치산자)은 후보자가 될 수 없다. 관련 법 위반으로 벌금을 낸 후 2년간 벌금을 한 번이라도 낸 적이 있으면 2년간 동대표를 맡을 수 없다. 관리비를 3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도 지원자격이 박탈되고 완납한 경우에도 1년간은 출마할 수 없다.

법적 요건보다 중요한 것이 후보자 자질이다. 아파트를 위한 애착심과 봉사심은 기본이며, 사사로운 공명심이나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면 동대표로 출마해서는 곤란하다. 동대표들로 구성되는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의 공익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기구기 때문이다. 입대의 구성원으로서 회의 참여에 불성실하거나 권리를 남용해 사익을 챙기려 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들의 부담이 될 것이다.

입주자 대표로서의 업무 능력도 중요하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은 물론이고, 아파트 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동주택 관련 법률이나 운영관리에 관한 지식도 어느 정도 숙지해야 하며, 특히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규정된 입대의 책무에 대해서는 세부사항을 꼼꼼히 파악해야 한다. 이렇게 아파트 공동체에 도움 되는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이들 내용을 정리해서 선거공약으로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후보자의 자질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상식적인 판단 능력이다. 동대표 지위를 내세워 특정인 또는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행동은 지양해야 한다. 입대의 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회의 규칙을 준수하고 입주민들을 대표해 현명하고 과감하게 의사결정을 하려는 자세도 요구된다.

입대의 회장은 조직관리 능력에 더해 업무의 적정성·공정성·정직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표여야 한다. 입주민들 어느 쪽에도 편향되지 않고 의견을 수렴하는 다원적 소통 채널과 수평적 리더십을 겸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장이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제도를 만들고 운영한다면 그 자체로 관리규약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관리주체와도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 필자가 잘 아는 입대의 회장이 돌연 사임했다. 한 달 전쯤 만났을 때 그는 이렇게 고충을 토로했다. “선배님네 아파트의 입대의는 잘 운영된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임원들 간에 의견이 너무 달라요. 회장을 맡아 직장 시절의 조직 경험을 발휘하려 했는데 매월 정기회의를 진행하기도 정말 힘드네요.” 혹시 회장이 너무 주도하려 한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는 “아니요. 사장님들이 너무 많아요”라고 답한다. 그가 말하는 사장님이란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사람들이란 의미였다.

한국아파트신문에 종종 보도되듯이 정말 사장님 같은 입주자 대표들이 가십거리로 등장하곤 한다. “입대의 회장이 저렇게 자기 사업처럼 결정해도 되는 거예요?” 시설공사 입찰 과정에 회장이 특정 업체에 몰아주려 해서 입대의가 파행됐다는 얘기다. 또 얼마 전에는 동대표가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는데, 아파트 도색공사비를 부풀리기 위해 업체와 짜고 맹물이 든 페인트 통을 납품받았단다. 사회적으로도 용납되지 못할 부정이고 비리다.

주위에는 본받을만한 입주자 대표의 모습도 많다. 입대의 임원들이 똘똘 뭉쳐 지혜를 모아 살기 좋은 아파트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입대의 회장이 지역사회의 리더로서 주민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미담을 들을 때면 필자도 덩달아 흐뭇하고 힘이 난다. 이런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민 갈등이나 관리주체와의 분쟁도 자연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입주자 대표는 입주민들이 투표해 뽑은 대표자라는 긍지를 갖고 ‘봉사직(奉仕職)’이라는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입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아파트 공동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입주자 대표에 맡겨진 사명이다.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 저자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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