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입대의 처분 지나치게 가혹…재량권 일탈・남용”

인터넷 활용이 늘면서 아파트에서도 적극적으로 온라인 홈페이지를 활용하고 있다. 아파트 홈페이지에 종종 올라오는 부적절한 댓글을 쓰는 입주민에게 입주자대표회의가 글을 쓰지 못하게 제한해도 될까.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김상규 부장판사)는 서울 양천구 모 아파트 입주민 A씨가 아파트 입대의를 상대로 제기한 글쓰기박탈처분 효력정지청구 소송에서 “입대의가 입주민 A씨에 대해 취한 글쓰기박탈처분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 아파트는 2020년 2월 홈페이지의 한 동 게시판에 동대표 선출 투표 안내 공고와 함께 후보자 B씨의 이력 및 공약을 게시했다. 

입주민 A씨는 이 게시글에 댓글로 “동별대표자 입후보자가 경비원에게 주민의 오르간을 수리해준 것에 대한 포상으로 관리비 중 10만 원을 임의로 지급한 사실에 대해 해명하라”고 썼다. 

이에 입대의는 며칠 후 A씨에게 “아파트 홈페이지 운영규정인 특정인을 비방해 명예를 손상하는 내용에 해당돼 1차 경고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A씨는 “입주민들이 알아야 할 내용으로 사실이다”라고 주장하는 댓글로 항의하며 앞서 제기한 의혹을 재차 언급했다.

입대의는 그해 3월 초 임원회의에서 “A씨가 2월 21~28일 수차례에 걸쳐 후보자 B씨를 비방하고 근거 없는 사실을 게시함으로써 후보자의 명예손상 등의 홈페이지 운영규정을 명백히 위반했으므로 글쓰기 권한을 박탈한다”고 의결하고 입대의 회장의 승인을 얻어 A씨에게 이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입대의는 홈페이지 운영규정 제정 전 입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고 △운영규정상 불이익한 처분에 대한 대상자의 의견청취 및 소명절차, 시정절차도 없었으며 △불이익한 처분에 대한 기한의 제한도 없다는 이유로 홈페이지 운영 규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냈다.

그는 “입주민의 권리는 입주민 과반의 동의를 받거나 입대의에서 과반수의 의결을 거치는 방법으로만 이를 제한할 수 있다”며 “임원회의를 거쳐 입주민의 글쓰기 권한을 제한한 것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입대의의 의결을 통해 제정된 아파트 홈페이지 운영규정은 유효하며 이 운영규정에 따라 처분을 내린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아파트 홈페이지는 아파트 운영에 관한 입주민들의 자유로운 의견표명 및 의견교환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면서 “해당 게시글은 동대표 선거 및 후보자에 관한 것으로 이에 대한 입주민의 의견표명은 가급적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A씨가 댓글에 쓴 내용이 B씨의 관리비 임의사용에 관한 해명 촉구 및 홈페이지 운영자의 조치에 대한 항의 정도에 불과하며 △경비원도 B씨로부터 오르간 수리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금원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하는 확인서를 작성한 점 등으로 봐 A씨의 댓글이 아파트 홈페이지 운영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댓글 작성행위가 홈페이지 운영규정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A씨의 글쓰기 권한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에 해당해 무효”라고 못 박았다.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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