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죄・업무상 배임죄・손괴죄 성립 가능성
전문가 “본인이 작성한 파일이라도 면책 안된다”

자료사진 : 대법원
자료사진 : 대법원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 퇴사할 때 업무용 자료를 무단 삭제하면 민형사상 소송을 당할 수 있다. 관리사무소장이나 경리직원으로 일하다 위탁사 변경 또는 각종 불만 끝에 퇴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한 아파트 단지에서 소장이 떠나면서 컴퓨터의 자료를 삭제해 후임자가 곤욕을 치렀다는 사연이 관리종사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한 관리종사자는 “위탁업체가 바뀌면서 전임(소장)이 인계할 때 태도가 뜨뜻미지근하더니 결국 나가면서 관리비 부과기준 파일을 싹 지웠다”면서 “마음 같아서는 업무방해로 고소하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간 관리비 부과 이력을 수록한 파일이 없으면 부과기준을 알 수 없어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따로 비용을 들여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복구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을 당한 경험이 있는 관리업무 종사자들은 과거 애먹었던 때를 떠올리며 댓글로 한마디씩 했다. “알고 보면 아파트 관리라는 좁은 바닥에서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 “이런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전문가는 “이 경우 관리 문제를 발생시킨 직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뿐만 아니라 형사고소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차 유무선 전화, 2차 내용증명으로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법적인 고지를 당사자에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공동주택 현장에서 본인의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업무 관련 파일을 삭제하면 형법의 전자기록손괴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등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퇴직 직원이 삭제한 파일이 비록 자신이 작성한 것이기는 하나 기록으로서 효용을 지배·관리하고 소유하는 것은 관리주체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의 손괴에 대해 대법원 판례(2007도5816)를 제시한다. 대법원 재판부는 “형법 제366조의 전자기록 등 손괴죄는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해 그 효용을 해함으로써 성립한다”며 “타인의 전자기록이란 행위자 이외의 자가 기록으로서의 효용을 지배, 관리하는 전자기록을 뜻한다”고 판시했다는 것.


그는 또 형법 제314조 제2항에서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는 등 업무를 방해한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소개했다. 손괴죄에 더해 업무용 파일을 삭제하는 행위가 아파트 관리업무를 방해할 고의였고 실제로 업무가 방해받았다면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론적으로 그는 파일 삭제로 새로운 관리회사 업무가 방해된 사실이 있다면 업무방해죄로, 업무가 방해받지 않았다면 전자기록 손괴죄로 퇴사자를 고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업무방해죄 외에 업무상 배임죄에 대한 주의도 제기됐다. 퇴사 직원이 업무용 파일을 삭제하고 나오면 적절한 인수인계 임무를 위배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파일 삭제로 인해 회사의 업무를 마비시켰으므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고 삭제한 직원 또는 제삼자가 이익을 취득한 점이 인정되면 업무상 배임죄의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영화 변호사(한영화 법률사무소)는 “때때로 공동주택 단지에서 이런 분쟁이 발생한다”며 “업무방해죄는 삭제 행위로 인해 관리주체의 업무가 실질적으로 방해받은 점이 충분히 증명돼야 성립한다”고 말했다. 이때 후임 직원이나 새로운 관리회사가 업무를 파악하기 곤란하다는 점 등만으로는 부족하고 관리회사의 운영에 필수적인 회계 전표나 장부 등 중요기록이 삭제돼 업무가 상당한 지장을 받을 개연성이 높아야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한다.

한 변호사는 또 “파일 삭제로 인한 손괴죄는 성립되기가 비교적 용이하고 일단 손괴죄가 인정되면 입증이 쉽지 않은 업무방해나 배임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쉬운 예로 아파트 단지에서 현수막을 찢으면 바로 손괴죄가 된다”며 “본인이 작성한 파일이라고 해서 책임을 면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애당초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파일 삭제라는 행위의 싹이 있어선 안 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

김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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