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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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4학년 때 교내 특별활동으로 현악부를 했었다. 당시 악기가 바이올린이었는데, 다들 바이올린을 많이 하다 보니 나 역시도 자연스럽게 바이올린을 하게 됐다. 당시 집안 사정이 썩 좋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때문에 악기를 장만하는 것도 부담이었을 텐데, 부모님은 10만원 가까이 하는 악기를 사 주셨다. 미리 말하는 것이지만 그 악기는 지금 어디로 갔는지도 모른다.

배우는 것은 내 나름대로 즐겼지만, 당시 담당 선생님과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 연년생인 남동생의 담임 선생님이기도 해서, 우리 남매 둘 다 알고 있던 분이었다. 자세히 쓸 순 없지만, 엄마가 '촌지 바란 것 같다'고 말했을 만한 일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나도 바이올린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고, 결국 바이올린을 완전히 손에서 놔 버렸다. 어느 순간엔 내가 바이올린을 배웠다는 그 자체도 잊어버렸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만큼 트라우마가 컸던 것 같기도 했다.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바이올린을 배웠다는 걸 기억한 시점이, 정확히 그 기점으로 10년이 넘은 가을이었다. 장르는 다르지만, 해금을 전공해서 예고-예대를 거친 친구가 있다. 이 친구 앞에서도, 내가 바이올린을 다뤘던 것을 기억 못 할 정도였다.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역설적이지만, 이 바이올린 트라우마는 바이올린 곡으로 '치유'가 됐다. 내가 바이올린을 배웠다는 것을 기억해낸 그 때였다. 지금은 폐지된 극동아트(당시 예당아트) 채널에서,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연주 영상을 보게 되었다. 지금이야 클래식을 듣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클래식은 따분하다는 편견이 있을 때였다. 이런 이유로, 극동아트 채널도 어느 정도 보다가 채널을 돌리곤 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그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연주 영상은 다 봤던 걸로 기억한다. 대외적으로 소개되는 악장은 2악장이지만, 당시 내가 봤던 악장은 1악장이었다. 이런 이유로 나는 1악장을 더 좋아한다.

시간이 너무 지나서 이제는 그 전후의 기억이 없지만, 그 영상이 '바이올린 트라우마'를 깨는 데 확실히 한 몫을 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 이후 다른 악장도 몇 번 더 그 채널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 때 '아 나 바이올린 했었지?' 싶었다. 바이올린 활을 잡는 방법이며, 연습을 하기 위해서 활에 송진을 묻히던 것, 바이올린 현을 눌러서 손가락에 자국이 남았던 것까지 기억이 났다.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사실 나는 아직도 클래식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으로 인해, 클래식을 들을 수 있게 된 것만큼은 사실이다. 물론 바흐도 좋아한다. 아니,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작곡가가 바로 바흐다. 

바흐 전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무렵, 인터넷 서점에서 바흐 전집을 살 수 있는 것을 보고 과감하게 주문했다. 이실직고를 하자면, 다 듣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서 주로 듣는 게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이다.

그렇다고, 지금 이 시점에서 막상 바이올린을 다시 배우지는 못할 것 같다. 그냥 나는 지금처럼 음악 감상을 즐기는 생활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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