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e음버스 84·85번, 27일 개통
- 긴 배차간격·도로상황 고려 안한 자대고 줄긋기 식 노선은 '우려'

인천e음버스 84번, 85번 노선도(자료=인천시)
인천e음버스 84번, 85번 노선도(자료=인천시)

'생활밀착형 순환버스' 인천e음버스가 오는 27일 전 노선 동시 개통한다. 청라국제도시 곳곳을 샅샅이 훑어주어 청라 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조금이나마' 긁어주는 '인천e음84번'과 '인천e음85번'도 함께 시동을 건다.

인천광역시는 당초 26일 중구 아트플랫폼에서 인천e음버스 개통식을 갖고 버스노선이 다니지 않았던 구도심 등지에 소형 및 중형버스가 다님으로써 인천 교통 소외지역을 수혜지역으로 바꾸는 취지를 밝힐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지역 급속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로 인해 취소되었다.

그럼에도 인천e음버스는 개통식과는 별도로 27일 전노선의 운행을 개시하여 인천 시민들의 새로운 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음버스가 새롭게 다니게 될 제일풍경채 정류장. 개통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류장 표식이 세워지지 않은 채 임시 표지만 가로수에 걸려져 있다(사진=더청라)
e음버스가 새롭게 다니게 될 제일풍경채 정류장. 개통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류장 표식이 세워지지 않은 채 임시 표지만 가로수에 걸려져 있다(사진=더청라)

한정된 차량 자원, 긴 배차간격...소외지역 주민들 불편 해소에 역부족

인천e음버스는 인천시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한정면허 노선을 폐선하는 대신, 인천시의 지원을 받는 준공영제 노선으로 교통 음영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인가대수 기준 163개 노선 1,861대가 해당되는 인천시 준공영제에서 18개 노선 42대가 새롭게 편입되어 1,903대가 인천시 준공영제 관할에 포함되는 것이다.

청라를 포함한 송도, 논현, 검단 등 새롭게 들어서는 지역을 연계했던 700, 900번대 노선들의 폐선 및 감차(141대)로 인해 불편이 클 것으로 예상되나, 대신 버스가 들어가기 힘들었던 원도심 골목이나 신규 주거지역의 이면도로 등에 인천e음버스(증차 42대)를 공급함으로써 수혜를 입는 주민들이 생길 것으로 인천시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한정된 차량 자원(42대)으로 인해 필요한 지역에 버스 공급이 충분치 않다는 것은 앞으로 예상되는 큰 문제이다. 대부분 노선들이 2~4대의 차량대수, 배차간격 30~40분으로 되어있어 이용에 큰 불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례로, 인천e음버스 개통에 앞서 인천 동구 지역에서 노선별로 1대 씩 운행중인 동구 공영버스의 경우 배차간격이 1시간으로 되어있어 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보니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며 언론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동구 공영버스 노선과 개설 취지가 동일한 인천e음버스 역시 배차간격이 길게 설계되어 있어 동일한 문제점이 불거질 것으로 우려되는 시각이 개통 이전부터 제기되고 있어, 향후 배차간격 개선을 위한 인천시의 노력이 요구된다.

 

인천e음버스 이미지. 시는 인천e음버스 도색으로 '올리브그린' 색을 채택했다고 밝혔다(자료=인천시)
인천e음버스 이미지. 시는 인천e음버스 도색으로 '올리브그린' 색을 채택했다고 밝혔다(자료=인천시)

운행시간 70~80분... 배차간격 30분 이하로 좁히기는 쉽지 않아

청라국제도시를 순환하게 될 84번은 '청라국제도서관→호반4차→해원중→경연초중→청라국제도시역→청호초중→청라중→청라고→청라국제도서관' 구간으로 청라를 시계방향으로 순환하며, 85번은 '청라국제도서관→청라고→청라중→청호초중→청라국제도시역→경연초중→해원중→호반4차→청라국제도서관' 구간으로 청라를 반시계방향으로 순환한다.

이 두 노선은 청라국제도시와 가정역을 왕복하는 GRT 노선의 수혜를 입지 못했던 지역 주민들의 불편해소를 위해 최대한 골목을 연계하고, 청라 지역 중·고등학교를 연계하여 학생들의 통학을 도와주는 노선으로 설계되었다.

인천시 공식 홈페이지에 등재된 노선정보에 따르면 각 노선 당 2대가 41~46분 간격으로 운행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인천시의 뮬레이션을 통한 배차간격 측정 역시 매우 길어 불편이 예상되는 가운데 실제로 이것이 현실적인지 알아보았다.

기자는 직접 자동차를 이용해 2개 노선 중 84번(시계방향 순환) 노선과 동일한 구간으로 실제 시내버스 운행패턴과 유사하게 운행하였다.

교통불편 등을 고려하여 차량 통행이 드문 심야 시간대를 이용해 실험했고, ▲제한속도 유지(청라 도심속도 50km) ▲전 정류장 5초 이상 정차(청라국제도시역 15초 정차) 등을 유지하며 운행해보았다.

차량의 트립미터로 측정한 결과 청라국제도서관을 출발해 청라 지역을 훑고 다시 청라국제도서관으로 돌아오는 데까지 1시간 15분이 걸렸으며, 운행거리는 19.5km가 나왔다.

차량 특성 및 교통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2대가 쉼없이 운행하더라도 실제로 배차간격을 40분대로 좁히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바퀴를 돌고 난 이후 20분 가량의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가정한다면 심각한 경우 50분 배차간격까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84번의 경우 청라호수공원 서편(청라대로)에서 청중로로 좌회전한 뒤 한내로로 좌회전하는 과정에서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는 경로로 설정되어 있다. 이 경우 교통흐름에 따라 제때 좌회전 차로로 진입을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거나 최악의 상황에서는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카카오맵 로드뷰 발췌)
84번의 경우 청라호수공원 서편(청라대로)에서 청중로로 좌회전한 뒤 한내로로 좌회전하는 과정에서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는 경로로 설정되어 있다. 이 경우 교통흐름에 따라 제때 좌회전 차로로 진입을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거나 최악의 상황에서는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카카오맵 로드뷰 발췌)

4차선에서 1차선으로 '급선회', 정류장 표식도 세워지지 않아

기자가 실험하는 과정에서는 주민들도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기도 했다.

84번 노선을 그대로 가는 과정에서 5단지 청라대로에서 청중로로 좌회전한 뒤 한내로로 이동할 때 급하게 핸들을 틀어 차선을 변경하는 구간이 있었다. 차선을 변경하기 위해선 50m 남짓 되는 짧은 거리를 4차선에서 1차선으로 급하게 왼쪽으로 꺾어 좌회전을 해야 했던 것이다.

통행이 적은 심야에 작은 경차로 운행했었기 망정이었지, 평시에 큰 버스가 급하게 차선을 변경해야 한다면 교통흐름에 있어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하차도에서 올라오는 차량들이 급하게 차선을 바꾸는 버스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다면 더 큰 사고로 발생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노선신설이 확정된 이후 운송업체에서 신규 승무원들을 상대로 노선연수를 실시하는데, 이 과정에서 분명히 노선에 문제가 있음을 운송업체에서 인천시에 제기하여 노선을 수정하는 과정을 밟았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적으로 노선이 개통된 것은 당초 12월 31일 개편에 앞서 인천e음버스를 급하게 개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개통을 서두른 흔적은 다른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노선을 그대로 운행하는 과정에서 기존 버스가 서지 않았던 정류장에는 새롭게 정류장 표식을 신설하거나 대기 이용객을 위한 셸터 등을 설치해야 하나, 개통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도 아직 정류장을 설치하지 않은 곳이 있다.

추후 표식이 설치될 수 있겠으나, 개통에 앞서 이용객들에게 충분히 노선 홍보를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인천e음버스'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하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에 개통하는 인천e음버스 84, 85번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대중교통이 필요했던 곳을 '이어줌으로써' 청라 지역의 단거리 이동 교통불편이 적게나마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84번과 85번이 들어가게 되는 한들로 연선과 차오름로 연선은 시내버스가 들어오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있어 큰 불편을 겪었던 곳이다.

연말에 시행하는 시내버스 개편에 43번 노선변경과 함께 인천e음버스 2개가 들어옴으로써 연선 주민들의 불편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며, 기 개교한 경연초중학교와 내년 3월 개교를 앞둔 청호초중학교에 버스가 투입됨으로써 통학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2대라는 적은 대수로 40~5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것은 앞으로 84, 85번을 포함한 모든 인천e음버스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증차에 유연하지 않은 인천시의 준공영제의 특성을 감안하면 배차간격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e음버스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을 'e어가고', 동네와 동네를 'e어가는' 인천e음버스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끊임없는 연결'이 필요하다. 개통 이후 발생되는 여러가지 문제의 해결을 통해 인천e음버스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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