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업계와 청라 주민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제안서 공모가 28일 마감되었다. 제출 마감시간 전까지 열띤 열기를 보였던 이번 공모 접수에 차병원·아산병원·인하대병원·순천향대병원·세명기독병원 등 5곳의 컨소시엄이 참가하게 되었다.

각각의 컨소시엄의 구성은 대표적으로 알려진 곳을 제외하면 그 구성이 정식적으로 공개된 적은 없으나, 각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그 면면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더 청라>는 이번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 공모에 참가한 5곳의 컨소시엄의 알려진 구성업체들을 살펴보고, 각각 어떠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거물들의 집합체' 서울아산병원케이티앤지하나은행컨소시엄

미국 뉴스위크지 선정 세계 병원순위 34위이자 국내 1위인 서울아산병원의 청라의료복합타운 참전 소식은 비교적 미적지근했던 의료업계 분위기에 큰 불을 지피는 연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사회공헌 재단인 아산사회복지재단 산하 의료기관인 아산의료원은 서울아산병원을 포함해 전국에 8곳의 의료기관을 두고 있으며, 이중 서울아산병원은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의 수련기관 역할도 함께 겸하며 수도권 동부 지역의 대표 상급종합병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측은 동부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수도권 서부 지역로 의료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함과 동시에 해외에서 들어오는 의료관광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청라에 분원 설립을 추진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병원이 공개한 사업파트너의 면모도 만만치 않다. 아산병원은 28일 카이스트(KAIST), KT&G, 하나은행과 함께 청라의료복합타운 참전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중증질환 환자 치료를 위한 '서울아산병원청라' 구축을 공동추진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연구 분야의 동반자가 된 카이스트의 유수한 BT(Bio Technology) 연구실적은 아산병원의 강점인 의료분야 연구와 결합하여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기관은 이미 카카오와 협업으로 딥러닝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컨소시엄은 '서울아산병원청라'에 KAIST를 핵심으로 의료복합타운 내 연구개발(R&D) 허브 역할을 하는 스마트 연구센터인 '라이프 사이언스 파크(Life Science Park)'와 전세계에 대한민국 의료 및 바이오 산업의 우수성을 전파할 '최첨단 스마트 교육센터'를 설립하여 글로벌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조성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의 컨소시엄 참여는 인하대국제병원 컨소시엄과 대비했을 때 비교적 약할 것으로 예상됐던 '지역사회 친밀도'를 강화시키는 요소가 되었다. 하나금융그룹은 청라국제도시역 인근에 데이터센터와 인재개발원을 두고 있으며, 오는 2024년을 목표로 하나금융타운 조성과 함께 본사 이전을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생명공학 분야에서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KT&G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기업인 액트너랩 등의 참여 등을 통한 BT 스타트업 육성 환경 조성과 HDC현대산업개발 등의 메이저 건설사 참여로 인해 이번 청라의료복합타운 참가 업체 중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컨소시엄으로 평가받고 있다.

'막강한 무기를 감춘 잠룡, 강력한 다크호스' 한성재단컨소시엄

의료법인 한성재단은 744병상 규모의 포항 세명기독병원을 포함해 대구 수성구의 동아메디병원, 경기 수원시의 S서울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포항 세명기독병원은 경북 동부권의 대표병원으로 자리잡으면 포항을 비롯한 동해안권 지역 주민들이 애용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전국적인 지명도는 다른 컨소시엄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한성재단 측은 이번 청라의료복합타운 참전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림은 물론, 막강한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려는 듯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자체적으로 의대를 갖추지 않은 한성재단은 컨소시엄에 송도에 병원 건립을 추진중인 세브란스병원과 고려대병원, 경희의료원을 포함시켜 상대적으로 약했던 학술 분야를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한의학과 양의학을 동시에 갖춘 의료기관인 경희의료원의 참가로써 다른 컨소시엄은 가지지 못한 한의학 분야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청라의료복합타운의 핵심 기능인 의료바이오 산·학·연 시설 구성을 위한 막강한 라인업 역시 한성재단컨소시엄의 강점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한성재단의 컨소시엄에 삼성전자와 CJ, 네이버와 신세계그룹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바이오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춘 CJ와 IT 분야의 맹주 삼성전자, 그리고 대한민국 대표 포털 사이트이자 AI 생태계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네이버와의 결합으로 의료바이오와 타 기술의 결합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

신세계그룹이 의료복합타운 부지 인근에 조성하고 있는 스타필드 청라와의 시너지 효과 역시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덧붙였다. 여기에 시공 1위인 삼성물산 역시 컨소시엄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으로 함께 알려졌다. 

또한 세명기독병원 연고지인 포항에 위치한 포항공대(POSTECH)와 송도 글로벌캠퍼스에 캠퍼스를 둔 벨기에 겐트대학교의 참여를 통해 공학 및 생명과학과의 학술적 결합도 함께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인천의 맹주' 인하대국제병원컨소시엄, '진에어 본사 이전'이 한 수 될까?

인천을 대표하는 사립대학인 인하대학교는 이번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에 모기업인 한진그룹의 '화력 지원'을 받았다. 인하대 측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시 그룹 산하 저가항공사(LCC)인 진에어의 본사 이전 서약서를 공모에 포함시켰다고 알려진 것.

진에어는 현재 서울 등촌동 대한항공교육훈련센터 건물에 본사를 두고 있다. 그러나 항공사 특성 상 본사에 상주하는 인력이 매우 적어 본사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본사 이전만으로 지역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에어의 자매사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인수가 완료가 되는 경우 아시아나항공 산하의 에어서울이 진에어에 흡수통합될 것이 사실상 기정사실화 되어 있어 진에어의 규모는 더욱 커질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진에어 본사 이전 공약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에 앞서 인하대는 인천대, 가천대와 함께 '청라의료복합타운 내 디지털바이오메디컬 사업단지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인천 대학 연합'을 구성하였다. 인하대를 중심으로 인천대는 감염병 관련 질환 진단과 치료를 위한 임상·비임상 관련 분야에서, 가천대는 정밀의학·인공지능(AI) 의료·신약개발·진단마커 개발 관련 분야에서 연구, 인력, 교육, 기자재 등 자체 인프라를 공유하는 것이 주 골자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번 업무협약 체결이 의과대학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인천대와 청라에 앞서 공모를 진행한 위례의료복합단지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천대와의 공조를 통한 '인천 의료 수성'이 목적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인하대국제병원 컨소시엄은 투자를 뒷받침해줄 투자사로 위례의료복합단지에서 가천대의 파트너였던 미래에셋금융그룹과 손을 잡았고, GS건설 등 유수 건설사 역시 이번 청라의료복합타운 공모 경쟁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병원, '메리츠화재컨소시엄'으로 다시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을 찾아올까?

지난 2014년 인천시와 차병원그룹과 의료복합타운 투자이행협정(MOA)을 체결하여 진행되었던 청라의료복합타운 조성사업은 2019년 4월 개최된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자유구역위원회에서 사업자를 공모하도록 심의·의결되면서 수의계약으로 체결되었던 의료복합타운 조성사업 역시 공모 형식으로 전환하여 추진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본 사업자였던 차병원그룹 측은 인천경제청에 납부했던 사업이행 협약금을 돌려받았고, 이듬해 진행된 청라의료복합타운 1차 공모 사업설명회에 참석하며 사업 재개에 대한 주민들의 희망을 가지게 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공모에 응찰하지 않아 큰 아픔을 남겼던 역사가 있다.

이후 인천경제청이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 재공모를 위한 사업설명회를 신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28일에 진행한 사업제안서 제출기간에 참여하면서 참전 소식이 알려지게 되었다.

메리츠화재컨소시엄에 참가한 차병원그룹은 '최초 사업 대상자'의 위치에서 다른 경쟁업체 보다도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수 년간 쌓인 바이오산업의 융복합 클러스터에 대한 운영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청라국제도시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살린 의료복합타운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병원그룹이 메리츠화재와 손을 잡은 것 역시 메리츠화재컨소시엄 구성에서 지켜보아야 할 또 다른 특징이다. '범 한진계열'로 평가되는 메리츠금융지주 산하 메리츠화재가 이번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 공모에 참가하게 되면서 한진그룹이 속한 인하대국제병원컨소시엄과 '형제 싸움' 구도가 형성되었다.

메리츠화재컨소시엄에는 현대건설, 롯데건설, 금호건설 등 메이저 건설업체와 함께 유수의 유명 건축 설계를 맡은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가 참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라국제도시 경관 향상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한민국 의료법인 1호'가 참가한 한국투자증권컨소시엄

서울 용산구(한남동), 경기 부천시, 충남 천안시, 경북 구미시에 병원을 둔 순천향대학교 중앙의료원은 '대한민국 의료법인 1호'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의료법인이다.

서울병원 설립 당시 국내 다른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들이 놀라움을 표시할 정도로 최신식 시설과 장비를 갖춰 국내 병원의 고급화 및 현대화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순천향대학교 중앙의료원은 2001년 부천병원 설립 이후 사업 확장세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랬던 순천향대학교 중앙의료원이 부천병원을 통해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 공모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컨소시엄은 다른 컨소시엄에 알려진 구성이 막강하거나 특색을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받고 있으나, '라피아노' 브랜드로 알려진 부동산 개발사업자 알비디케이(RBDK)와 한국투자증권이 구성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알찬 구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함께 하는 시공사 및 건축사 역시 업계에서 인정받는 메이저 업체가 포함되어 결코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제안서 평가는 어떻게?

인천경제청의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자 공모 지침서'에 따르면 사업제안서에 대한 평가는 사전심의와 본 평가로 나뉘며, 평가는 정량평가(절대평가)와 정성평가(상대평가)로 나뉜다.

사전심사는 사업신청자가 제출한 사업제안서와 부속서류 등의 감점사항 등 기초서류 심사와 정량 평가 조항을 실시하며, 본 평가에서는 평가위원회의 주재로 사업제안 발표 및 질의응답, 서류 평가가 진행된다.

본 평가는 사업신청자 평가 400점, 사업계획 평가 600점을 합쳐 1,000점 배점으로 구분하며 미화 1,000만 달러 이상의 외투의향서를 제출 시 30점의 가점이 부여된다고 밝혔다.

사업신청자 평가에서는 기본현황과 종합병원 규모 및 경영능력, 기타 핵심사업 참여도, 유사사업 수행실적을 평가하며 이 중에서 사업신청자의 사업 추진 상황에 대해 가장 높은 배점이 부여된다.

또한 사업계획 평가에서는 종합개발구상을 바탕으로 사업추진계획, 재원조달 방식과 관리·운영계획, 지역사회 기여도, 테넌트 유치 및 사업확장성을 평가한다.

이번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신청자의 쟁쟁한 면모들이 주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인천경제청은 오는 7월까지 사업제안서 평가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12월월 사업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