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범석 전 서구청장
청라소각장 증설 문제와 관련한 인천시의 대 주민 소통과 행정절차에 관하여 다수의 반론과 지적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른바 '인천시 공론화위윈회'의 방식과 운용이 공론화위원회 구성과 운영의 근본 취지와 어긋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우선 인천시가 진행하는 방식은 인천시민 전체를 대상으로한 공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수의 찬성이 있으니 진행해도 된다"는 식의 논리이지만, 이 과정에서 소각장 증설로 인한 직·간접적인 영향권인 청라 및 서구 주민들의 의사 반영은 매우 미흡하다.
이는 이해관계가 직접적이지 않은 다수 주민들의 의사를 앞세워 소수 주민의 의사를 제압하려는, 다시 말해 민주적 절차의 외피를 쓴 전체주의적 의사 관철 방식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서구, 특히 청라·검암·겅서동 주민들은 매립지와 함께 소각장으로부터의 직간접적인 영향권으로 이 지역 주민들은 소각장으로부터의 편익보다는 피해에 대한 노출 및 민감도가 매우 크다.
반면, 여타 지역의 인천시민들은 본인들의 쓰레기가 원활하게 처리되고, 이에 따라 생활환경의 편의도 증가 등 편익이 많은 주민인 만큼 이 두 주민의 의사를 같은 기준으로 묶어서 묻고 그 결과를 대표의견으로 간주하는 것은 피해주민들의 의사를 묻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익을 보는 다수와 피해를 보는 소수에게 "이것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이익을 보는 다수가 이길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이익을 보는 다수의 의사가 소수의 피해자들의 정당한 주장과 호소를 묵살하는 근거와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이를 어찌 민주적 절차라 할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에서 최근 공론화위원회 방식으로 처리된 사안 중에 대표적인 것이 고리원전5·6호기 건설 문제와 사용 후 핵연료 처리장 건설 문제가 있다. 이 사안들은 조건과 상황이 각기 다르고, 공론회위원회 방식의 일처리가 적절한가에 대한 지적이 있는 만큼 기왕의 공론화위원회 방식이 청라소각장 증설문제에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부터 해야 한다.
공론화위원회 방식이 성공하려면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한 공론조사와 영향권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별개로 이루어져야 하고, 그 조사들 사이의 이견과 격차에 대해 공론화위원회 내에서의 토론과 조정이 있어야 함이 기본이다.
지난 십여년 간 청라소각장으로 인한 청라 주민들의 피해를 생각한다면, 이처럼 눈가리고 아웅 식의 다수의 힘을 빌려 소수의 정당한 호소를 묵살하는 방식으로 소각장 증설을 밀어부칠 수는 없다.
지난날 국가안보를 위해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데 국민들이 동의한다고 해서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밀어부친 것이 잘못됐다고 했던 이들이 전 국토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명분으로 밀양 주민들의 송전탑건설 반대 투쟁에 지원했던 것을 잊지 않는다면, 인천 시민 전체의 뜻을 앞세워 청라와 서구 주민의 피해호소를 묵살하는 밀어 붙이기 식의 일방적 강행이 아닌 소수의 주민들의 뜻도 소중히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본연의 길로 돌아올것을 간곡히, 또한 단호히 요구하는 바이다.
이 글은 기고자의 의견으로, <더 청라>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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