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의 '친환경 폐기물 관리정책 전환과 자체매립지 조성 공론화', 사실상 인천시의 의견을 '주입'시킨 것에 그쳐
- 중립적이지 않은 인원구성과 절차로 공론화가 이뤄져

신봉훈 인천시 소통협력관이 2일 전국언론기자실에서 친환경 폐기물관리정책 전환과 자체매립지 조성 공론화 관련해 기자브리핑하고 있다(사진=인천시)
신봉훈 인천시 소통협력관이 2일 전국언론기자실에서 친환경 폐기물관리정책 전환과 자체매립지 조성 공론화 관련해 기자브리핑하고 있다(사진=인천시)

인천시가 진행했던 '친환경 폐기물 관리정책 전환과 자체매립지 조성 공론화'가 사실상 인천시의 기존 소각장 현대화 정책을 밀어붙여 진행된 사실상의 여론 조작으로 의심될 수 있는 여지가 차례대로 밝혀지고 있다.

앞서 인천시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교흥 국회의원의 '인천시 공론화추진위원회 원점 재추진' 발표에 대해 반박하였다.

인천시 공론화추진위원회는 "'친환경 폐기물 관리정책 전환과 자체매립지 조성 공론화'는 찬반을 다뤘던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 여부에 관한 공론화'와는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니라 공론의제의 성격이 달라 추진 방식과 절차에 단순 비교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전 여론조사부터 공론화 대토론장까지 일련으로 진행했던 과정에서 사실상 청라소각장을 포함한 기존시설 현대화의 '여부'를 묻는 질문이 올라와 있어 인천시에서 주장한 단순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궁색함의 극치로 보인다.

 

'사전 여론조사'부터 '시민참여단' 구성까지

인천시는 여론조사기관 (주)엠브레인퍼블릭에 용역을 주어 4월 6일부터 21일까지 인천시 거주 만19세 이상 성인 남녀 3,000명을 표본대상으로 삼고 사전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같은 달 24일 결과보고서를 도출하였다.

인천시에 따르면 3,000명의 표본은 지역별, 성별, 연령별 인구현황에 따른 비례할당으로 표집했으며, 조사는 유·무선 RDD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RDD 방식은 전화번호에서 지역번호와 국번을 뺀 마지막 4자리를 컴퓨터에서 무작위로 생성해 전화를 거는 전화면접 방식이다.

시는 사전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이들을 대상으로 공론장 참석을 희망하는 시민을 모집해 시민참여단 400명을 구성했다.

시는 이들을 대상으로 7월 4일부터 5일까지 양일간 200명 씩 4개의 권역별로 나누어 1차 공론장을 개최하였고, 이후 성별과 연령대, 거주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추린 시민참여단 303명과 청소년참여단을 대상으로 4개의 권역별에서 2차 대토론을 가졌다.

이는 당초 5월 16일과 17일에 인천시 인재개발원에서 1차 공론장을 개최하고 23일 2차 공론장을 가지려 했으나, 코로나19의 산별적 지역확산에 따라 2달 정도 연기된 것이다. 시는 2번의 공론장에 참여한 참석자들에게 사례비 14만 원을 지급했다고 전했다.

 

'지역별 인구 비례 배분?' 동 구역까지는 비례 배분하지 않았다

3,000명 인천 시민을 대상으로 했던 설문내용 중 '소각장 현대화' 관련 질문(질문 3번)에 인천 시민의 72.2%, 서구 주민의 61.5%가 기존 시설 현대화에 찬성한다는 내용이 여론조사 결과보고서에 실렸다. 인천은 군.구별 인구 비례에 따라 3,000명 중 537명을 서구 주민으로 배정했다고 밝혔으나 동별 인구 비례까지는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자료=인천시)
3,000명 인천 시민을 대상으로 했던 설문내용 중 '소각장 현대화' 관련 질문(질문 3번)에 인천 시민의 72.2%, 서구 주민의 61.5%가 기존 시설 현대화에 찬성한다는 내용이 여론조사 결과보고서에 실렸다. 인천은 군.구별 인구 비례에 따라 3,000명 중 537명을 서구 주민으로 배정했다고 밝혔으나 동별 인구 비례까지는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자료=인천시)

인천시 시민 72.7%, 서구 주민의 61.5%가 소각장 현대화에 찬성했다는 내용이 담긴 지난 12일 인천시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3,000명을 표본으로 조사하여 지난 4월 24일 결과보고서가 나왔던 사전 여론조사의 결과였다. 인천시는 당시 3,000명의 표본에서 인구수 비례에 맞게 서구 지역의 인원 537명을 대상으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537명의 인원 중에서 청라 주민들의 비중이 얼마만큼 포함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인천시는 군, 구별 인원은 인구 비례 만큼 반영했으나 동 별로까지 배분이 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송도소각장이 위치한 연수구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구 인구 중 청라동 거주 인구가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537명 중 최소 53명은 청라동 거주 지역 주민으로 채워야 하는 것이 비례적으로 옳으나 인천시의 여론조사 표집은 동별 인구비례까지 반영되지 않은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사항이다.

3,000명의 표본에서 참여희망자를 대상으로 구성한 400명의 '시민참여단'이라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어디까지나 '참여희망자'에서 400명을 모집했던 만큼 이들 중 이해당사자라고 볼 수 있는 청라나 송도 주민들의 비중이 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이해당사자가 아닌 기존 소각장 현대화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지역의 주민들의 비중이 더 많다면 인천시의 입맛대로 시민참여단이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어 이들의 의견이 진정으로 '대다수 시민의 의견'으로 대표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충분한 사전지식 설명이 없었던 소각장 관련 질문

수도권매립지에 대해서는 '3개의 지자체가 공동 사용' '2025년 종료'라는 내용이 담겨 있으나, 소각장 관련 설문에는 '광역소각장으로 청라와 송도에 위치해 있다'는 내용이나 '청라소각장은 이미 2015년으로 내구연한이 지났다' 등의 사전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대다수 시민이 청라와 송도에 소각장이 있는 것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단순히 소각장 현대화의 찬반만을 묻는 질문이 담겨져 있다(자료=인천시)
수도권매립지에 대해서는 '3개의 지자체가 공동 사용' '2025년 종료'라는 내용이 담겨 있으나, 소각장 관련 설문에는 '광역소각장으로 청라와 송도에 위치해 있다'는 내용이나 '청라소각장은 이미 2015년으로 내구연한이 지났다' 등의 사전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대다수 시민이 청라와 송도에 소각장이 있는 것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단순히 소각장 현대화의 찬반만을 묻는 질문이 담겨져 있다(자료=인천시)

4월에 진행되었던 3,000명 대상 사전 여론조사에서는 청라소각장을 포함하여 각 소각장의 위치나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단순히 소각장 현대화 여부만을 물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소각장 현대화에 대한 여론조사로 물어보았던 질문은 "폐기물 처리시설로 매립지와 함께 소각시설이 있습니다. 현재 운영중인 소각시설의 친환경 현대화를 위해 어떠한 추진 방식이 적합하다고 보십니까?"였고, 보기로 주어졌던 답은 '현재 운영중인 소각시설 현대화'와 '현재 운영 중인 소각시설 폐쇄 후 제3지역으로 이전'이었다.

인천시에서 여론에 공개한 4월의 3,000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와는 달리 400명의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인천시의 '시민참여단 사전사후설문조사'의 자세한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인천시에서는 타 언론을 통해 사전사후설문조사에서도 기존 시설 현대화가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인천시에서는 23일 밝힌 반박자료에서 "숙의 및 토의 등의 공론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일반적인 인식 조사로 이루어진 설문이었고, 이후 공론화 과정에서 사전사후조사는 충분한 숙의 및 분임토의, 종합토의 등의 공론과정 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참여단 선택의 폭을 넓혀 추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인천시가 밝힌 참여단 선택의 폭을 넓혀 추진했다는 것은 사전사후조사에서 실시한 질문에서 ▲기존 광역시설 현대화+대규모 광역시설 신규 설치 ▲기존 광역시설 폐쇄 및 폐기물 발생지 처리원칙에 의거한 각 군·구별 자체 처리시설 확보 ▲기존 광역시설 현대화+군·구별 소규모 시설 설치로, 사실상 앞서 진행한 설문지('모름/무응답' 제외)보다 보기가 한 개 늘어난 수준에 그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또한 4월에 진행된 여론조사 질문에는 2015년에 내구연한이 지났음에도 6개 지자체의 쓰레기를 최대처리량보다 적은 쓰레기로 여전히 가동되고 있는 청라소각장의 현재 상황과 주거지역과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700톤이 넘는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송도소각장에 대한 충분한 보충설명이 되어있지 않다.

수도권매립지에 대해서는 '서울·인천·경기가 함께 사용하고 있는 폐기물 매립시설'이라는 내용과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2025년에 종료하기로 한' 사실을 고지한 것과 다르게, 소각시설에 대해서는 현재 상황에 대해 여론조사에 사전에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

청라와 송도에 쓰레기 소각장이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는 시민들이 많은 상황에서, ARS로 진행되었던 여론조사에서 인천시에서 가동중인 소각시설에 대한 충분한 사전지식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조사에 참여한 인천시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인천시에서 소각장 현대화를 강행하겠다는 목적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부분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중립성 확보를 위한 균형장치?

토론장에 앞서 진행되었던 이재충 자원순환과장의 발표자료 중 일부. 소각장 현대화와 관련되어 인천시의 입장만 반영되어 있어 시민참여단들에게 최소한 반대 입장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자료=인천시)
토론장에 앞서 진행되었던 이재충 자원순환과장의 발표자료 중 일부. 소각장 현대화와 관련되어 인천시의 입장만 반영되어 있어 시민참여단들에게 최소한 반대 입장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자료=인천시)

여론조사 이후 7월에 진행된 2번의 토론장 역시 인천시의 정책을 밀어붙이려 했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인천시는 반박 보도자료를 통해 시청 주무과장이 PPT 발표를 통해 참여단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전달했다는 김 의원의 이의제기에 대해 "참여단의 숙의를 위한 인천시 정책현안을 사실중심으로 설명했을 뿐이며 발표시간도 최소화하여 진행했다"고 밝히며 "국립환경과학원과 인천환경연구원의 발제와 지역시민단체의 논찬을 동시에 진행하여 숙의의 중립성 확보를 위한 균형장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시의 주장대로 인천시 홈페이지에 공개한 공론화위원회의 참고자료에서는 1차 토론회에서 이재충 자원순환과장이 나와 인천시의 폐기물 처리방식과 정책의 한계, 소각시설 확보방안 대안 등이 소개되어 '사실중심'으로 설명했다는 인천시의 주장이 틀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천시에서 주장한 대안 중 기존 광역시설 개보수 및 현대화의 장점은 크게 부각하고, 군·구별 자체 처리시설 확보에 있어서는 주민 수용성 확보 어려움, 입지선정 난항 우려, 폐기물처리시설 부지 협소로 주민편익시설 설치 곤란, 군·구별 설치 시 국고지원 불가로 시·군·구 재정부담이 증가된다는 내용이 들어가는 등 인천시의 시각에서만 서술된 것은 결국 참여단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인천시에서 중립성 확보를 위한 균형장치라고 말한 내용 중 '지역시민단체' 인원들이 대부분 기존 소각장 현대화 찬성론자로 구성되어 있어 자칫 시민참여단에게 인천시의 소각장 현대화 방안을 주입식 교육으로 전달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1차 공론장에 논찬자로 심형진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회장과 지영일 인천친환경지원센터장, 권민정 인천새마을회 사무처장과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이 참여하였고, 11일 대공론장에는 심형진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회장과 강주수 인천평화복지연대 상임대표가 참석하였다.

문제는 이미 청라소각장을 포함한 소각장 현대화 찬성론자로 구성된 각 논찬자들이 발표한 자료들에는 인천시에 3~4곳의 소각장을 증설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기존의 청라와 송도 소각장을 '상수'로 두고 있는 내용과, 기존 시설의 소각장을 현대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어 사실상 이들이 시민참여단에 기존 소각장 폐쇄 등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곧 숙의과정에서 시민참여단들에게 인천시가 기존 시설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요한 것에 지나지 않아, 다양한 대안을 열어둔 제대로 된 '공론화'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천시에서 밝힌 공론화 결과보고서. 인천시는 국립환경과학원과 인천환경연구원의 발제와 지역시민단체의 논찬을 동시에 진행하여 숙의의 중립성 확보를 위한 균형장치가 있었다고 말했으나, 중립성 확보를 위한 지역시민단체가 전부 현재의 시설 현대화를 찬성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어,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중립성을 확보했다 한들 이미 인천시의 입장을 견지하기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자료=인천시)
인천시에서 밝힌 공론화 결과보고서. 인천시는 국립환경과학원과 인천환경연구원의 발제와 지역시민단체의 논찬을 동시에 진행하여 숙의의 중립성 확보를 위한 균형장치가 있었다고 말했으나, 중립성 확보를 위한 지역시민단체가 전부 현재의 시설 현대화를 찬성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어,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중립성을 확보했다 한들 이미 인천시의 입장을 견지하기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자료=인천시)

청라국제도시 총연합회 배석희 회장은 인천시의 공론화 진행에 대해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공론화'는 인천시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에 대해 이해당사자가 아닌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을 상대로 공론화를 진행하는 것과 같다"며 "이해당사자인 인천시 상대가 아닌, 수도권매립지를 인천시에 두어 혜택을 보는 서울과 경기도를 상대로 공론화를 한다면 어떤 내용이 나올지 뻔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답했다.

배 회장은 이어 "인천시에서 진정한 소각시설 관련 공론화를 하려면 이해당사자에 해당되는 청라와 송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모든 인천시민들로 숙의 범위를 넓혔어야 했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박상문 공론화추진위원장이 밝혔던대로 '인천시 정책결정에 참여해주신 시민참여단의 자긍심과 결과물을 무력화 시키는 것으로 생각되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이런 방식의 공론화는 진행되지 말았어야 했다"며 "인천시의 중요한 화두였던 소각장 문제를 졸속으로 접근한 신봉훈 소통협력관의 자진사퇴 또는 해임을 인천시에 요구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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